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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괴리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오늘 JTBC <뉴스룸> 보고 불편했던 분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뉴스룸 보도는 단순 의혹보도는 아니었습니다. 조국을 겨냥한다기보다 당시 수시 전형 과정에서 나타나는 옳지 않은 행태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10년 전 일을 지금의 시각으로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저도 일견 공감합니다. 조 후보자의 딸은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합법적'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논문 저자로 두 번 이름을 올렸죠. 그것이 얼마나 당락에 영향을 미쳤을지는 알 수 없으나 자소서와 학생부를 통해 그 사실을 어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조 후보자의 딸은 조 후보자가 과거 지적했던 '태어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 인생이 영향을 받는 현장'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셈입니다. 유학을 갔던 것도, 특목고를 갔던 것도, 특목고에서 좋은 인턴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보통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아닐 겁니다.

  보수진영은 논외로 하더라도 중도, 무당파에서 동요가 일어나는 것은 이러한 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괴리감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증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의 딸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어떤 부정한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부터 하는 것은 결국 보통 서민들에게는 당최 닿을 수 없는 먼 공간의 일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조 후보자 딸이 얻은 기회가 본인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보통 쉽게 얻지 못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저도 잠시나마 체험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 좋은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주어지는 환경에 미처 닿지 못했던 사람들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충분히 당혹감, 허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하냐는 겁니다.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 고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입학 과정 등이 모두 적법했다는 것으로 판명된다고 해도 남아 있을 그 괴리감 말입니다. ‘국민적 눈높이와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지언정, 모든 과정은 적법했다는 해명은 잘 먹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부정적 프레임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럴 때는 프레임에서 한발자국 벗어나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정서 속 괴리감이 똬리 트고 있는 그 지점을 정확히 응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사 법적,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평범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는 점을 인정하는 겁니다. 그런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조국이 법무장관으로 임명되는 데 결격사유가 되는지 공론영역의 판단에 맡기는 겁니다. 저는 이것이 오히려 조국다운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한국당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법적, 절차적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조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키우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법적, 절차적 문제와 조국 가족이라는 환경으로부터 기인한 문제를 구분해 나갈 경우 조국에 대한 비판의 지점은 더 좁아지고 명료해집니다. 그러니 자유당 공격수들은 사안을 최대한 모호하게 끌고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후보자 딸 문제와 관련해 부정한 특혜가 아니라면, 절차상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조국은 법무장관으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사법 개혁 기조를 가장 잘 실현할 적임자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환경의 차이부정하고 인위적인 특혜로 치환되지 않는 방향으로 적극 대처해나가길 바랍니다. 자유당이 그려놓은 프레임은 단호하게 뿌리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