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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림자 수집가의 고백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신을 믿음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으로부터의 죄를 신의 은총으로 씻고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는 생각이다. 가톨릭에서 신부는 신과 인간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신의 말씀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사람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신자들은 신부를 통해 신에게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는 고해성사를 한다. 죄의 고백은 신자와 신부 그리고 신만이 아는 것이고 신부는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할 수 없다. 고해성사가 신자에게는 마음의 짐을 덜고 신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는 중요한 의식이지만 신부에게는 인간 내면의 그림자를 만나는 고통의 의식일 수 있다.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는 인간 내면의 그림자와 대면하는 젊은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제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진 어느 시골 마을에 젊은 신부가 부임한다. 젊은 신부를 향한 교구 사람들의 공격적인 태도는 그를 당혹스럽게 한다.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 것처럼 신부와 교구 사람들은 가까워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구의 사람들이 가톨릭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신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사람들에게 신부는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신부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죄를 고백하고 뉘우치게 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젊은 신부의 당찬 의욕을 꺾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그를 교회에 가둬 자신들의 사생활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신부는 계속해서 교구 사람들의 그림자를 마주한다. 그 과정 중에 신부는 점차 사람들의 내면에 공감하기 시작한다. 검은 옷을 입은 찬탤은 계속해서 신부의 곁을 맴돈다. 찬탤은 고해소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마음속의 증오와 죄를 토해낸다. 신부는 그런 격한 대화에서 찬탤의 어두운 마음을 읽어낸다. 신부는 진료를 받기위해 마을을 떠나는 길에 찬탤의 사촌 올리비에를 만난다. 종교적 신념에 스스로를 가두던 신부는 자신과는 다른 올리비에의 자유로움이 주는 기쁨을 느낀다.

  신부는 고기와 야채의 섭취를 줄여나가고 말린 빵과 와인만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이런 금욕생활이 그의 정신을 맑게 해준다고 믿었지만 젊은 신부의 육체는 서서히 잠식되어갔다. 신부는 백작부인과의 논쟁 중에 죽음이 두렵다고 고백한다. 백작부인이 신에 대한 증오와 아들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음으로써 생을 마감한 것이 영원한 평안을 얻은 것임을 알게 된 신부는 고뇌한다. 위암 판정을 받고 찾은 오래된 성당은 그에게 안정을 주지 못했다. 신부는 오랫동안 신의 종으로서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살아온 자신이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몸에 걸친 검은 천만 제외하면 다른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인 것이다.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사람들을 판단해왔던 젊은 신부는 성직을 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친구 뒤프레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신과는 멀어졌지만 서로를 사랑과 배려로 대하는 뒤프레와 그의 여인을 통해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한다. 보통의 사람들과 구별되는 금욕적인 생활을 통해 신과 가까워지기를 원했던 신부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통해 자신을 발견해 나간다. 신부가 마주했던 사람들의 그림자는 자신에게도 존재하는 그림자였음을 알게 되고 자신도 그들과 같은 인간임을 확인하게 된다. ‘사제의 일기’는 자신이 사람들의 고해성사를 들어줬던 것같이 자신의 마음속 그림자를 드러내는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