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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인간과 악마의 경계선을 묻다 (주의! 이 글은 이미 영화를 본 사람을 대상으로 쓴 것으로 영화의 주요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우비는 입었지만 다 젖을 게 뻔하고 바닥은 이미 진흙탕이다. 의 오프닝은 전개될 스토리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조금의 비에도 금방 물러지는 땅, 그리고 조금의 흔들림에도 바로 의심에 빠져버리는 연약한 인간의 마음. 의심에 빠져버린 인간의 선택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은 누가 귀신이고 누가 나쁜 놈인지를 찾으라는 영화가 아니다. 나홍진 감독이 배치한 플롯들은 무명(천우희 분),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찾으라는 듯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종국에는 다시 인간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감독은 인간과 귀신의 이분법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귀신에 씌어 죽음을 퍼뜨리는 사람.. 더보기
평범한 무책임 보수 일간지에서 유난히 호감을 보였던 영화가 2편 있다. 하나는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이고 다른 하나는 개봉 10일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400만 관객수를 눈 앞에 둔 이다. 은 한국전쟁에서부터 우리나라 현대사를 훑고 있고, 은 2002년 북한군과 우리군의 해상 교전을 그리고 있다. 많은 관객수와 높은 관객 평점에 비해 전문가들의 평가가 박한 것을 보면 두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 외에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요소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북한이 두 영화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것 말고도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감독의 태도다. 의 윤제균 감독과 의 김학순 감독은 JTBC 에 시간차를 두고 출연해 비슷한 모습을 연출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두 감독이 보인 태도는 작품에 대한 무책임이다. 먼저 ‘영.. 더보기
<라이프 오브 파이> 인간 무의식의 생존 본능 (사진 출처 : 공식홈페이지 http://www.lifeofpimovie.co.kr/) 는 시각적 완성도를 통해 관객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준 영화다. 환상적인 풍경 위에 놓인 파이와 벵갈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모습은 계속해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에는 '삶'이라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담겨져 있다. 는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로 올라 있다. 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중 하나가 감독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필자는 이안감독 쪽으로 무게추가 조금 기울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그만큼 는 매력적인 영화다. 앞부분의 인도의 느낌을 주는 음악과 색채가 눈에 띄긴 했지만 다소 작위적인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 느낌이.. 더보기
루소적 사랑을 그린 고독한 영화 "La Collectionneuse"(수집가) 는 어떤 편의 우위를 지지하거나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로메르 감독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아드리안과 아이데를 영화에 등장시킨다. 그리고 두 인물의 만남을 아드리안의 시각으로 바라볼 뿐이다. 이것은 18세기 루소의 고민이 담긴 상황이다. 루소는 독립적인 자연인과 사회에 포함된 인위적인 인간을 분리해서 생각했다. 루소에게 자연 상태란 다른 인간들과 만날 일이 없는 절대적인 독립, 고립되어 있는 상태다. 루소는 자연 상태에서 사회 상태로의 전이는 인간이 축적하기 시작한 부에 의해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인간은 스스로의 본성을 상실해간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아드리안은 루소의 자연인 개념을 전적으로 따르려 한다. 프롤로그Ⅲ에서 아드리안은 여자친구에게 종속되지 않기 위해 혼자만의 여행을 고집한다. 자신의 평.. 더보기
MGM의 포효하는 사자로고에 대한 뒷이야기 (이번 포스팅은 http://www.digititles.com/의 글 'The Story Behind MGM's Roaring Lion Logo'를 번역한 것임을 밝힙니다. 원문→클릭) Metro-Goldwyn-Mayer의 마스코트인 Leo the lion을 만나보라. 수백번도 더 봤을 그 사자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명예를 영광을 울부짖는 이 모습은 항상 이와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1957년에 소개된 'Leo the Lion')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포효하는 사자의 변천사를 보자.1917년, 스튜디오 홍보담당자였던 Howard Dietz는 Samuel Goldwyn의 Goldwyn Picture Corporation을 위해 "Leo The Lion"을 디자인했다. 이것은 그의 모교였던 콜럼.. 더보기
그림자 수집가의 고백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신을 믿음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으로부터의 죄를 신의 은총으로 씻고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는 생각이다. 가톨릭에서 신부는 신과 인간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신의 말씀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사람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신자들은 신부를 통해 신에게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는 고해성사를 한다. 죄의 고백은 신자와 신부 그리고 신만이 아는 것이고 신부는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할 수 없다. 고해성사가 신자에게는 마음의 짐을 덜고 신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는 중요한 의식이지만 신부에게는 인간 내면의 그림자를 만나는 고통의 의식일 수 있다. 는 인간 내면의 그림자와 대면하는 젊은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제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진 어느 시골 마을에 젊은 신부가 부임한다. 젊은 신.. 더보기
<레오파드>에 나타난 멜로드라마적 특징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는 포스터. 파브레지오와 안젤리카의 볼룸댄스를 통해 주인공과 새시대의 만남을 표현했다.) 에서 벤 싱어는 멜로드라마가 공감을 일으키는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잘못된 사랑과 결혼의 장애, 세대 간 마찰과 메울 수 없는 모성 공간의 고난들, 인습의 편협함과 가부장 구조에 직면한 여성 자립의 어려움과 존엄성,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도 자기희생의 애처로운 숭고함을 다룬다고 했다. 또한 멜로드라마가 기존의 체제의 붕괴와 이데올로기 역학이 합치하며 등장했다. 그런 면에서 루키노 비스콘티의 는 멜로드라마라 할 만하다. 벤 싱어는 멜로드라마를 정의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파토스’, ‘과도한 감정’, ‘도덕적 양극화’, ‘비고전적인 내러티브 구조’, ‘선정주의’라는 다소 의미상 중첩될 수 있.. 더보기
살기 위한 그리고 지키기 위한 선택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 마리아와 헤르만은 전쟁의 공포가 도시를 뒤덮는 가운데 어렵사리 공식적 부부로서 승인을 받는다. 도시는 먼지와 파편으로 얼룩지고 독일의 패망을 알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그 광기와 고통의 소리 위에 순결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더해진다. 참혹한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탄생한 인연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패전국이 된 독일은 많은 것을 잃었고 남겨진 사람들은 피폐한 삶을 이어갔다. 남겨진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다. 마리아 역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헤르만을 만나기 위해 살아남아야 했다. 전후 독일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적으로 옹호될 수 없는 방법이 있다. 마리아 역시 옳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된다. 마리아는 보건증을 얻기.. 더보기
만리코가 없는 "Il Trovatore" 1866년 베니스의 페니체 극장에 만리코의 “타오르는 저 불길을 보라”가 울려 퍼진다. 만리코의 노래가 끝나자 오스트리아의 침략에 반기를 든 세력이 독립운동을 벌인다. 리비아의 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로베르토는 용맹한 오스트리아군 장교 프란츠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로베르토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게 된 리비아는 프란츠를 만나 결투신청에 응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이것이 리비아와 프란츠의 첫 만남이자 리비아의 “Il Trovatore”의 시작이다. 베르디의 “Il Trovatore”에는 스페인의 비스카야와 아라곤의 내전 중 서로 다른 진영에 있던 레오노라와 만리코의 사랑이 등장한다. 이와 비슷하게 리비아의 “Il Trovatore”에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간의 독립전쟁 중 이탈리아의 귀족 리비아와 오스트리.. 더보기
파스빈더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파스빈더는 눈으로 주변 사회를 바라보고 그것을 응축해 영상으로 담아내는 감독이다. 파스빈더는 과거 나치 치하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나치에 협력하고 나치의 몰락 이후에는 사회의 기득권을 잡아 자기합리화를 했던 기성세대들에게 반기를 들었다. 파스빈더의 는 그가 15-16세 경 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느꼈던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영화이다. 당시 파스빈더의 아버지는 생활을 이어가지 위해 외국 노동자들에게 세를 주었다. 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척박한 삶을 그리며 관객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독일어로 표현된 영화의 제목은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이것은 독일에 살며 엉터리로 독일어를 배운 모나코인 알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영혼을 잠식당한 사회적 약자 알리를 그러한 상황에 처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