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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B시사평론가에게..(ft. 한겨레 단독보도)

10월 5일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현장

 

10월 11일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바른미래당 오신환 위원이 공개한 자료

 

 

  B시사평론가가 어제(11)긴급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유튜브 방송을 하나 올렸습니다. 한겨레의 ‘[단독]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검찰, ‘윤중천 진술덮었다보도에 대한 해석을 담은 방송이었습니다. 그는 윤석열 총장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온 사람입니다. 특히 조국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을 때 그런 의견을 많이 피력했습니다. 그는 이번 한겨레 후속보도가 아직 안 나온 만큼 하어영 기자가 어떤 생각으로 기사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정부, 민주당, 조국에게 굉장히 좋은 판떼기가 깔렸다고 평가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는 이번 주 초까지 여권에게 안 좋은 여론지형이 펼쳐졌는데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한방을 터트려줘서 뿌리가 조금 흔들렸고이후 하어영 기자의 단독보도로 판떼기가 완전히 흔들렸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알릴레오를 통한 폭로와 한겨레의 단독보도는 성격이 아주 다르다는 것입니다. 김경록 pb의 폭로를 통해 시민들은 사모펀드를 연계로 한 정경심 교수와 조국 5촌조카 사이의 일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 몇몇 언론을 통해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이 혐의를 시인하고 있는 것처럼보도가 나왔지만 김경록 pb가 육성으로 그것을 뒤집었습니다. 더욱이 충격이 컸던 것은 공영방송이자 국내에서 가장 큰 방송사인 kbs가 증언자의 증언 취지를 뒤엎어 왜곡의 성격이 짙은보도를 했다는 점, 언론과 검찰이 굉장히 밀접한 관계임을 유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즉 시민들이 사안의 본질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반면 한겨레의 단독보도는 결과적으로 조국의 대척점에 서있는 것처럼보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 저격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의도가 어찌됐든 말입니다.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라는 표현이 신문 1, 홈페이지 메인 타이틀에 걸리면서 독자로 하여금 윤석열도 그간 언론을 통해 많이 접했던 것처럼 윤중천으로부터 더러운 접대를 받았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었습니다. 이것도 의도했는지, 단지 무감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당장 어제(11) 있었던 경남지역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채동욱을 기억 속에서 소환했습니다. ‘채동욱 날린 것처럼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날리려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자유당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치부를 들춰내면서까지 상대방을 공격하는 상황이니 말이죠. 하지만 자유당 입장에서는 필요한 전술일 수 있습니다. 일단 대중들에게 과거일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이 중요합니다. 또한 자유당은 자신의 과오가 들춰지는 것보다는 현재 개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정부와 딱히 다를 것 없다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 더 큰 소득이라고 볼 겁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태까지 자유당의 전략이 그러했습니다. ‘민주당도 자유당과 다를 바 없어’. 만약 자유당, 공화당, 바미당 등 보수층 뿐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그러한 인식이 뿌리내린다면 자유당은 앞으로 할만하다고 자신감을 가질 겁니다. B평론가가 말했던 것처럼 현재 상황을 즐겨도 된다는 말이 적절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짚어볼 것이 있습니다. 한겨레의 단독보도가 기사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보도일까요. 딱히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먼저 타이틀이 주는 이미지와 본문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사 타이틀의 핵심 키워드는 윤석열-별장-접대입니다. 그런데 하어영 기자도 밝혔듯이 기사의 취지는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것 아니냐’, 즉 검찰이 선택적으로 수사했다는 고발입니다. 그러면서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달리 성접대는 아니다라고 추후 밝혔죠. 흔히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을 다룰 때 피고소인이 유포한 내용이 허위사실인지 먼저 판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검찰이 검사가 관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는 점을 고발하려면 먼저 윤 총장이 윤중천 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쟁점이 윤 총장이 접대를 받았는냐, 그렇지 않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고 하어영 기자가 강조한 기사의 취지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해당 방송에도 언급됩니다만 윤 총장 관련 첩보는 이미 알음알음 돌고 있었습니다. 시의성을 다투는 보도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윤중천 씨가 윤 총장 이름을 거명했다는 것이었는데 윤중천 씨 발언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을 겁니다. 물론 검찰의 유력인사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것을 언론들이 부담스러워했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가 단독보도로 치고 나온 것에는 스스로 확신하는 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것은 후속 보도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B평론가는 한겨레 단독보도를 접한 청와대가 사실상 윤 총장 해명을 부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조국 장관도 비슷한 태도라고 했고요. 그러면서 청와대와 조국 장관은 한겨레와 윤 총장의 대결국면을 원한다는 취지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보도를 통해 나온 조 장관의 입장은 과거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점검했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였습니다. 즉 조 장관도 민정수석 당시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고, 점검했고,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혹시 B평론가가 조 장관이나 측근으로부터 다른 입장을 전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도에 나온 조 장관의 입장과 다른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B평론가의 해석은 지극히 정치공학적입니다. 한겨레와 윤 총장이 싸우는 동안 조국은 빠지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제 여론은 바뀔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현재 조국 국면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 여부,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가 주요 관심사로 남았죠. 그렇게 기소되면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국회 일정상으로도 다음 국면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검찰개혁 패스트트랙 법안이 곧 본회의 문 앞에 놓일 것이고 같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조정도 큰 쟁점입니다. 또한 정부의 예산안을 두고도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겁니다. 물론 패스트트랙 법안 설정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어긴 의원들에 대한 조사 시도도 있겠죠. 한겨레의 단독보도가 아니어도 변할 국면이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메시지 전달을 방해하는 요소를 노이즈라고 합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서초동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검찰 개혁은 이번에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조국에 대한 수사가 인권을 유린했으며, 검찰의 눈을 통해 보도한 언론들이 혼란을 부추겼다고 준엄하게 비판했습니다. 7차 서초동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규모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자 검찰은 크게 당황했습니다. 야권에서도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맞불 성격의 광화문 집회를 열었습니다. 자유당은 관제집회이고 규모도 부풀려졌다며 의미를 축소하려 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더 확대됐습니다. 그리고 유시민 이사장과 김경록 pb의 인터뷰가 공개됐습니다. 이 인터뷰가 공개되며 현재 조국 인사검증으로부터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국면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고 여기에 검찰과 언론이 어떻게 가담했는지대다수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창 비판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겨레의 단독보도가 끼어들었습니다. 윤석열에게 부정한 이미지를 씌우는 것이 과연 검찰개혁에 도움이 될까요. 당장 나경원 자유당 원내대표는 조국 국면이 끝나는대로 특검을 하자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윤 총장과 관련된 진실이 무엇인지가 나 대표에게 중요한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어쨌든 윤 총장 접대 사실관계 확인,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장관의 인사검증 책임론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자유당에게는 정치적 운신폭이 넓어졌습니다.

  B평론가의 정치공학적 접근이 현실에, 민중의 삶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B평론가가 광장의 시민들을 정치공학의 틀 속에 가둠으로써 그 의미를 축소폄하했다는 데 있습니다. 광장의 시민들은 조국 수사의 부당함과 검찰 개혁의 절실함을 외쳤을지언정 윤석열이라는 존재의 소멸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의혹이라는 노이즈가 개입됨으로써 시민들의 분노가 무시되는 현상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는 점에 심히 우려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