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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김덕훈 기자는 저리톡 <J라이브>에서 왜 머리를 조아렸을까

(다음은 저널리즘토크쇼J<J라이브>에 등장한 정준희 교수, 강유정 교수 그리고 김덕훈 KBS 기자의 문제적 대화내용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윤색한 것임을 밝혀둔다.)

 

 

 

정준희 교수 : 언론의 내로남불프레임 자체가 불편하다. 정말 언론이 지적하듯 내로남불식으로 과거에는 피의사실 공표로 득보고 지금 와서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정작 언론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왜 피의사실 공표를 건드리려고 해?’ 아닌가. 그렇게 함으로써 피의사실 공표에 문제가 있고 언론이 거기에 부화뇌동하면서 벌어지는 부작용이 있다라는 당연한 진단이 사라진다.
최욱 : ‘김학의 건조국 건을 동일선상에 놓는 언론 보도가 많은데 어떤 의견인지?
: 여기에도 의견이 갈릴 것 같은데 국정농단에서 검찰에서 특검으로 이어지는 과정, 수사대상과 현재 조국 의혹과 관련된 사건이 중첩되는 부분은 10~20% 정도라고 생각한다. 권력 실세가 벌인 것으로 의혹의 실체가 비교적 명확하고 증거로 보강이 되어가는 사건과 실제 조국 후보자 시절 제기됐던 의혹들은 차이가 있다. 실제 조국이 민정수석이라는 공직에 있으면서 벌였을 법한 의혹은 아주 일부에 불과한데 그것이 마치 국정농단 사건처럼 현실의 권력들이 부정부패 행태를 보였던 것과 같이 보는 것은 맞지 않다.
김덕훈 기자 : 김학의 사건과 조국 사건의 성격이 같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조국 장관은 분명히 권력자가 됐는데 그의 가족이 과거에 행했을지 모를 범죄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를 한 것이다. 또한 관련 정보가 반드시 검찰에서 흘러나왔으리라는 법도 없다. 여러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언론 입장에서 검찰도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취재원이다. 한편 검찰이 과거 권력형 사건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힘을 빌리기 위해 혐의사실을 흘린 경우가 있다. 양승태 사법농강 사건에서 법원이 영장발부를 해주지 않아 여론의 힘을 빌려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
: 그것이 옳다고 보는가. 그르다고 보는가.
: ...
: 양승태 국정농단 수사 국면에서 검찰이 혐의사실을 흘렸던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방법적으로 완전히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익적 목적이 충분히 있었다. 다만 조국에 대한 혐의사실 공표에 공익성이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 아니다. 어쨌든 권력자에 대한 의혹을 푼다는 점에서 조국에 관한 피의사실 공표가 알 권리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강유정 교수 : 가이드라인도 없이 언론이 조국과 그 가족을 파헤쳤고, 정치적 해결점을 찾아야 할 시점에 검찰이 치고 들어왔다. 양승태를 수사할 때 그 가족까지 파헤쳤나?
: 양승태 사법농단은 그 가족이 벌인 일이 아니었다. 김학의 건도 마찬가지다.
: 그렇다면 인사청문회 전까지 조국 가족에 대한 의혹 중에 사실이라고 최종적으로 결론이 난 게 있나.
: 최종적으로 결론이 나려면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 궁금한 것은, 언론은 발론권에 대한 호기심은 없나.
: 제가 정경심 교수에게 며칠 전 연락을 했다. 지금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언론보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실 수 있도록 해드릴 테니 언론 보도에 응해주실 수 있겠느냐고 질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교수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신뢰도의 문제로 보인다.
: 왜요? 이 프로그램(저널리즘토크쇼J)은 충분히 조국 장관에게 유리하게 방송되고 있는데.
: 그 말이 굉장히 위험한 말인 건 아나? 당사자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아나? 그저 김 기자 판단 아닌가?
: 그렇다.

 

 

 

  정준희 교수의 지적이 있자 김덕훈 기자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더 정확히는 카메라 뒤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고개를 숙였다. 그의 조아림은 어디를 향한 것이었을까. 아니,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유튜브를 통해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을 향한 것이었을까,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하는 김양순 기자 등 선배 기자들을 향한 것이었을까.

  김 기자의 입장 중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조국과 그 일가가 검증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현재 조국이 권력자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다면권력자의 친인척으로서 향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비약이다. 전면적으로 연좌제 금지에 반한다. 친인척 중에 과거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앞으로 누구도 공직에 나설 수 없다는 논리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정치권에서 이러한 공세를 벌였던 것은 전형적인 이미지 훼손 목적의 의혹제기였다. 그런데 여기에 언론이 받아쓰기에 나섰고 검찰이 정치적 개입을 감행했다. 심지어 윤석열 총장이 이러다 문재인 정부 망하겠다’, ‘조국 낙마같은 발언을 했다는 전언이 언론을 통해 나오기도 한 상황이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조국 대전에 참전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국면에서 검찰이 공정한 준사법기관 입장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또한 김학의, 양승태 건과 조국에 관한 의혹이 언론 취재와 보도 측면에서 같다는 주장도 납득할 수 없다. 지금까지 언론이 제기한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조국 장관의 사례는 권력형 비리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김학의와 양승태는 공직자로서 국민이 자신에게 부여한 권한을 음과 양으로 활용해 부정한 일을 저질렀다. 따라서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우려가 되는 지점은 김 기자 개인이 어떠한 생각과 판단을 가졌느냐가 아니다. 거대한 공영방송인 KBS 기자들, 더 나아가 기자사회 전반에서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우려다. 김 기자의 입장을 그대로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기자란 대상이 무엇이든, 맥락이 무엇이든 먹잇감만 보이면 달려드는 사냥개에 지나지 않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식인이라는 오래된 인식을 이제 고쳐야 한다는 뜻인가. 사르트르는 지식인이란 단순히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성을 통해 현실세계에 참여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행동이라는 것에는 가치판단도 포함된다.

  과거 갓 입사한 신병 기자들이 통과의례처럼 했던 것이 있다. 본인에게 할당된 취재 지역 경찰서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경찰서장 나와, XX!”라며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러면 해당 경찰서 고위 관계자가 조용히 기자를 데리고 가서 차 한잔 대접하곤 했다는 것이었다. 과거 이런 것이 용기 있는 기자정신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런데 기자 신병이 지방검찰청 문을 박차고 들어가 지검장 나와, XX!’ 이라고 소리쳤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는 선택적으로 판단하고 선택적으로 용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기자사회 전반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김 기자가 선배인 김양순 기자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머리를 조아린 것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