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교양

윤은 윤의 일을 하고, 조는 조의 일을 하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는 것

 

  나라가 혼란스럽습니다. 변혁의 산통이기에 고통스럽습니다. 일전에 조국을 향해 뛰어든 세 기득권’, 그리고 손석희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딴지 게시판에도 올렸었죠. 여기에서 언급한 세 기득권은 여의도 정치권, 검찰, 언론이었습니다. 이들 기득권들은 변화의 조짐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얻는 것은 모르는 것이고, 잃는 것은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 받았다고 하지만 일부 정치권은 국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검찰은 스스로 정의의 수호자라고 말하지만 전세계 유례없는 권력을 이용해 셀 수 없이 많은 폐단을 양산했습니다. 언론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고 떠받들지만 국민의 신뢰라는 대전제를 애써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변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의 반발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가진 것은 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 일 하는 거고, 자기는 자기 일김경록 PB가 유시민 이사장과 인터뷰하면서 밝힌 조국 장관의 말입니다. PB가 조국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에게 윤 총장에게 섭섭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는 겁니다. 이것을 조금 확장해 보면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고, 조국은 조국의 일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더 확장해보면 개혁의 대상이 된 조직은 그 나름대로의 행동양식이 있고, 개혁에 나서는 주체는 또 그 나름대로의 행동양식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어쩌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아주 좋은 검사일 수 있습니다. 특수통으로서 자신의 목표를 잘 달성했던 과거가 있을 것입니다. 검찰청 주변에서는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하죠. 동시에 지극히 검사다운 검사입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검찰 개혁 의지가 강한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유시민 이사장의 주장에 의하면 윤 총장이 조국 법무장관 임명 전부터 그것을 막기 위해 검찰 내외부적으로 역할을 하려고 했다고 하죠.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으로 상징되는 조 장관은 안 된다는 검찰의 인식이 아주 잘 반영된 행동들이었습니다. 조국을 낙마시키기 위해 윤 총장이 사용한 방식은 지극히 검찰스러운방식이었습니다. 조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파헤치는 데 있어서 사돈에 8촌까지 조국 주변인을 철저하게 털었고요. 그 과정에서 수사 내용을 점증적으로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에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에게 수사 관련 내용을 흘림으로써 조국에 대한 공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고요. 언론에는 수사 내용을 아주 얇게 썰어 조금씩 흘려보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윤 총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검찰의 악행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의 굴레 씌우기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개혁의 동력은 아직 팔딱팔딱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검찰은 하는 데까지 해볼 겁니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대한민국형 검찰의 권한을 일부 내려놓아야 할 처지이니까요. 그들은 이것을 위기로 느낄 겁니다. 검찰은 최선을 다해서 저항할 것입니다.

  조국이 스스로 사퇴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현재 여당이 강력하게 공수처법 처리를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928, 105, 1012일 서초동에서 그리고 1019일 여의도에서 나타난 촛불시민들의 열망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당으로서 올해 연말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지층을 공고하게 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총선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각 정당별로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고 있을 겁니다. 여러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제도적으로 성과를 내려면, 국회를 움직이려면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 안에서 총선 망친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하면 개혁을 말하던 정치인의 목소리도 함께 쓸려 내려갑니다. 박근혜 탄핵 촛불 이후 가장 시민의 역할이 중요한 때입니다. 윤은 윤의 일을 하고, 조는 조의 일을 하고,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