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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김경래 기자 보시게

 

 

 

 

자네의 해명글을 봤네.

KBS에 적을 두었던 입장이면서

한솥밥 먹던 기자를 두둔하고 싶었던 마음이야 이해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명글을 올린 것은 무엇인가 바로잡고 싶었기 때문이었을테지.

자네의 글이 사과글이 아니라 해명글이라고 나름대로 규정한 것은

자네의 글에는 억울함 만이 담겨있기 때문이네.

 

자네는 일부 '문제가 있는' 지지자들을 비판하려고 했다는 것이지.

자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중에 기자 외모를 희화화하는 분들'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말이네.

그러면서 자네 스스로의 잘못은 지지층 전체를 놓고 비판한 것이라 규정했네.

 

하지만 말일세. 지난 대통령 대담을 보고 시민들이 느꼈던 분노는

인터뷰어의 '수준 낮음' 때문이라네.

가장 기본적으로 송현정 기자는 사실관계를 '오도' 또는 '호도'할 수 있는 발언을 많이 쏟아내었다네.

경제 관련 질문에 오도성 발언이, 여야 정치권 관련 질문에 호도성 발언이 많았네.

지금쯤 KBS 내부에서도 질문에 대한 토론을 했을테니 그 내용을 확인해보게나.

 

그리고 송 기자의 태도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네.

자네는 송 기자의 인터뷰 태도를 보며 '당찬 기자상'을 봤을지 모르겠네.

허나 인터뷰어는 기본적으로 인터뷰이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네.

당사자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호기심을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네.

자네도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니 모르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네.

그런데 자네는 그날 카메라에 담긴 송 기자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꼈는가?

진정 국가와 시민들에 대한 애정을 보았는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층간소음으로 화가나서 따지러 온 아랫집 기성세대의 모습이 보였다네.

대통령에게 당신은 잘못했으며, 상대방의 지적을 담아듣지 않는 꽉막힌 사람이라 따지는 투였네.

그러면서 자신의 것인지, 또 다른 누구의 것인지 모를 논리를 대통령에게 설득시키려 했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며 송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호기심도, 시민들에 대한 존중도 없다고 느꼈다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진보진영 언론인으로 분류되는

김 기자 자네도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럽게 때문이네.

촛불혁명 이후 언론인들이 가장 크게 자성했던 것이 무엇이었나.

시민 보편의 따듯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권력의 과오는 냉철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것 아니었나.

한데 김 기자 자네와 몇몇 기자들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이라고 생각하나보더군.

과연 그러한가?

2017310일 박근혜가 탄핵된 당일 자유한국당 모 의원이 TV토론에 나왔네.

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적잖이 놀랐다네.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더군.

잘못은 잘못이지만 이번 악재만 잘 넘어가자는 태도로 시민들을 희롱하더군.

자신들이 만든 법을 어기고도 큰 소리 치는 자유당 정치인들이 과연 대통령보다 약자인가.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법리를 부정하고 구속을 시키는 법원이 과연 대통령보다 약자인가.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로 경제가 무너졌다고 공포심을 자극해 경제를 위축시키는 언론들이 과연 대통령보다 약자인가.

막대한 재원을 바탕으로 언론을 포함해 사회 전반을 컨트롤하는 재벌들이 과연 대통령보다 약자인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언론의 태도가 바뀌는 것은 역시 대통령이 항상 최고 권력자가 아니라는 방증일 걸세.

 

아직 자네 해명글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나?

만약 그러하다면 이 글에 설득력이 결여됐거나 기자인 자네의 우월의식 때문이겠지.

어느 경우이든 그것은 능력 밖의 일이니 안타깝게 생각하네.

 

참고로 알려주자면 나는 86년생이라네.

송 기자의 인터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넓은 아량을 가진 자네라면

나의 무례함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리라 믿네.

그래도 자네는 국민의 세금과 수신료로 제작되는 KBS1라디오의 진행자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