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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네이버는 '노화'를 극복할 수 있을까

 

  네이버는 과거 형성했던 두터운 유저층을 밑바탕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한국사회 이용자들이 활용할 만한 놀이터를 제공해왔지만 이제 해외 서비스에 비하면 초라한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해진 전 의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서 소위 '애국마케팅'을 한 것을 보더라도 네이버가 정체, 침체되어 있다는 표현은 과한 것이 아닐 겁니다. 본디 IT산업은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많아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능력은 젊을수록 뛰어납니다. 고령 사용자의 습득력이 낮다는 것이 아니라 젊은 이용자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겁니다. 하지만 네이버의 상황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네이버가 국내 1위 포털사이트라는 상징적 의미를 생각해볼 때 한국의 IT경쟁력 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2010년도 초반에 들었던 한 강연이 생각납니다. 강연자는 소위 '삼성맨'으로 직위는 중간급 정도였습니다. 그가 미국 유명 대학에서 한국의 SNS 서비스에 대해 강연을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Q&A시간에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왜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한창 유행 중이었고 가상화폐로 '도토리'를 사용하던 때입니다. 유저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강연자는 그때를 회상하며 서비스프로바이더와 유저 사이의 합당한 거래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서비스 이용자를 돈으로 볼 것인가 가치의 생성자로 볼 것인가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커뮤니티가 마찬가지이지만 유저들이 생성하는 정보 하나하나가 그 커뮤니티의 재산으로 인식되는 것이 보편화됐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 유저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대가를 받을지 고민해왔던 것이 한국 IT업계의 현실이었습니다.

 

  네이버가 '노화'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유저 연령구조에서 노화가 진행된 것이 사실이지만 서비스 자체도 구식이 되어가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입니다. 특히 지금도 어떻게 해야 유저들이 네이버에 더 오래 머무르고, 이를 어떻게 사업에 이용할지 골몰하고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와 언론사의 협업입니다. 네이버는 언론사에 기사 전재료를 제공하고 뉴스콘텐트를 네이버를 통해 유통합니다. 포털 메인 페이지에 최신 이슈를 띄워 클릭을 유도하고 기사를 읽도록 함으로써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이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초창기에는 댓글을 읽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블로그나 카페가 그러했듯 다수 유저의 여론과 관계없는 조작이 온라인마케팅업체를 통해 벌어지고 있다는 업계 증언들이 나온 바 있습니다. 여론 조작에 취약한 환경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네이버로서는 이런 식으로 트래픽이 늘어날수록 사업이 도움이 되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언론 기사를 제공함으로써 유저들 간의 화학작용을 기대하기 보다는 일방적 정보전달인 2.0’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네이버 뉴스 댓글에서 유저들 간의 교류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흔히 IT산업의 정수는 창의성과 도전정신이라고 하죠. 그런데 네이버는 이와 배치되는 기업문화를 가졌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일례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두 사람 혹은 두 팀에게 업무를 할당합니다. 그리고 기획단계에서부터 경쟁을 시키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기획안은 그대로 실행되지만 탈락한 기획안은 사장되는 구조입니다. 조직 내에서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게 되는 겁니다. 때문에 구성원 대다수는 늘 패자의 위치에 놓일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러한 기업문화 안에서는 창의성은커녕 작은 도전도 마음먹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한 작은 투쟁에 집중하게 되고 조직은 점차 늙어가게 됩니다.

 

  네이버는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기대 난망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내부에서 변화를 바라더라도 쉽게 변할 수 없을 겁니다. 이미 오랫동안 쌓여 고착된 조직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여태까지 생존에 골몰해온 조직원들에게 도전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형용모순에 가깝습니다. 최소한 이러한 조직문화가 바뀐 다음에야 일반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바라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네이버는 언론사 기사를 유통하면서 사실상 유사 언론의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언론사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죠. 포털 검색순위가 언론사 기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소비된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이런 상황을 오랜 시간 지켜봐온 시민들은 여론조작 가능성이 큰 시스템이 가진 영향력을 우려하기 시작했고, 결국 네이버는 시작페이지에 기사를 담지 않기로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요구를 네이버는 혁신을 통해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첫 페이지에서 옆으로 밀어내기만 하면 바로 기사를 볼 수 있도록 한 단계를 더 뒀을 뿐입니다. 물론 사용자들이 선호 언론사를 선택해서 기사를 모아볼 수 있도록 했지만 사실상 기존에 호응을 얻지 못했던 기능을 다시 재탕했을 따름입니다. 어쩌면 이제 네이버는 언론사 기사 유통에서 손을 떼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정체된 IT공룡 기업을 위해 애국심을 발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