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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비평] 누구에게나 '쉼'은 필요하다 “효리네 민박”③

 

 

초콜릿을 놓을 수 있을까

조금 떨리는, 어색한 미소를 만면에 띠고 <효리네 민박>에 들어서는 지은. 예상치 못했던 방문에 집안에 있던 사람들은 급히 나와 지은을 맞이한다. <효리네 민박>에서 지은은 현재 대중음악계의 정점이자 상순, 효리의 다음 세대로 인식된다. 명목상 지은은 민박집의 스태프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상 다정한 동료 관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프로그램은 지은의 인간적 면모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예를 들면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면서 각목으로 커피를 스탬핑한다거나 이불 빨래를 뒤집어쓰는 등 익숙지 않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귀여운(?) 실수들이다. 가수 아이유는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나타날 수 있었던 지은스러운 모습이다. 또 효리-상순 부부는 지은의 걸음걸이나 표정 따위를 우스꽝스럽게 따라하며 지은 이미지에 빈 공간을 마련해준다.

더불어 지은은 보호의 대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적지 않은 나이 차이를 가진 효리와 지은의 관계도 영향을 미쳤지만 가요계 선배로서 후배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다. 프로그램 중 지은은 유난히 초콜릿 같이 단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효리는 이 습관을 줄여나가라고 권한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먹는 것에 의지하는 건 좋지 않다는 뜻이다. 효리와 지은이 처음으로 개 산책을 나간 장면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분위기가 이어진다. 지은은 개의 목줄을 잡고 있음에도 개에게 힘없이 끌려간다. 그 모습을 본 효리는 천천히 가자며 개가 끈다고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에 지은은 내가 리드하겠어.”라고 작게 읊조린다. 모처럼 갖게 된 휴일, 저녁 외출을 준비하는 장면에서도 맥락은 이어진다. 효리는 외출복이 마땅치 않은 지은을 위해 자신의 옷을 직접 입혀주고 손수 머리를 드라이해준다.

연예계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대화는 두 사람만 있는 차 안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대화의 깊이를 심화하는 장치로써 기능한다. 대화는 사소한 일상에서 연예계 생활 그리고 음악으로 발전해나간다. 효리가 먼저 다가가면 지은이 화답하는 형식을 취한다. 효리는 다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는 심정을 고백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요가, 차 그리고 상순에게 의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반면 지은은 그동안 의지해왔던 것이 일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 말 속에는 시스템에 의해 체계적으로 세상, 톱니바퀴가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는 규칙을 상정되어 있다. 지은의 고백은 자신의 감정적 억압 같은 내밀한 영역으로까지 확대된다. 그리고 고조되는 두 사람의 대화는 음악 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