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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비평] 누구에게나 '쉼'은 필요하다 “효리네 민박”②

 

 

화장을 지우고 맨얼굴을 응시하다

과거와는 다른 이효리를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는 1화 오프닝에서부터 숨김없이 드러난다. 제주도의 한 해변가에 모습을 나타낸 효리, 그는 수영복만 남긴 채 옷을 벗어놓고 바다로 걸어들어 간다. 머리까지 바닷물을 적시고 저물어가는 태양의 따스한 기운을 받으며 다시 해변으로 걸어 나온다. 보통 바다는 생명 탄생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 속에 몸을 담그고 나오는 모습에서 새롭게 태어난 그의 모습이 그려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오프닝 다음에 이어지는 시퀀스는 역시 제주도에 둥지를 튼 두 부부의 모습이다. 효리는 촬영장비를 손에 들고 직접 남편과 반려동물들을 소개한다. 효리는 과거에는 화장으로 가려야 했던 눈가의 비립종을 걱정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남편 상순과 장난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여유를 보인다.

과거 효리는 연예계에서 기센언니로 통했다. 그가 오른 무대, 그가 출연한 방송프로그램에서는 범접하지 못할 에너지가 느껴졌다. 지은 기억 속에 남아있던 효리 모습도 그랬다.

제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효리 언니의 모습이, 제가 <인기가요> MC 볼 때 (효리 언니는) 베드걸(Bad girls)하실 때거든요. 그때 진짜…… 정말……. 그런 이미지가 제 마지막 인상이었는데, (효리 언니)집에 들어오는데 캐리어 끌고, 효리 언니가 정말 크게 웃으면서 어떻게 왔어이러면서 나오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보고 걱정이 싹 가셨어요.”

<효리네 민박>을 통해 나타난 효리와 상순의 모습은 60~70년대 서구에 널리 퍼졌던 히피와 닮아있다. 자연스럽게 길러 풀어헤친 머리에, 품이 넓은 티셔츠를 입고, 기타를 든 부부를 개 다섯 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가 둘러싸고 있다. 이런 모습은 히피족의 이미지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사회통념과 제도, 가치관을 멀리하고 인간성 회복, 자연 친화적 삶을 지향하며 평화를 말했던 히피. 제주도의 효리에게서도 많은 부분에서 가치관 변화가 엿보인다.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로그램의 주요 무대가 민박집이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나뉘어져 있었던 바깥사람안사람이 맡는 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공간이다. 식사 준비와 설거지, 청소, 빨래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분담한다. 다만 장작 준비나 수도 수리, 게스트 픽업은 상순이, 요가 수업이나 게스트 응대는 효리가 맡는 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 평등과 이해를 강조하는 히피의 정신과 많이 닮아 있는 공간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