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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비평] 누구에게나 '쉼'은 필요하다 “효리네 민박”①

 

흔히 연예인을 죽지 않아도 사라지는 존재라고 표현한다. 대중의 관심을 양분 삼아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 연예인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중연예인이 스스로 쉼을 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JTBC의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이다. 이효리와 이지은(아이유), 두 사람이 이라는 정거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쉼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대중연예인의 쉼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끌어내고 있다.

이효리는 쉼을 끝내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는 20135월 발표된 5집 앨범 “MONOCHROME”, 201411월 종영된 SBS의 토크쇼 <매직아이>를 끝으로 가수, 방송인으로서의 활동을 중단한다. 결정적으로 롤러코스터의 기타리스트 이상순과의 결합이 이효리의 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활동을 멈춘 기간 중에 간혹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효리-상순 부부의 비밀결혼식 만큼이나 그의 행보는 감춰져 있었다. 공식적으로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의 선택은 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가 활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내려놓음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요가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톱스타 자리에서) 어쨌든 내려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제일 어려운 게 뭔지 알아요? (톱스타 자리에서) 그냥 없어지는 건 쉬워요. 그런데 그 내려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내려가는 게 진짜 어려운 것 같은 거예요. ‘제주도에 살면서 사라져버릴까? 멋있는 기억으로.’ 그런데 그건 오히려 멋있는 게 아닌 것 같고. 그냥 차근차근 내려가는 걸 받아들이면서 이제 내가 감내해야 될 때가 아닌가.”

효리 옆에는 열네 살 터울을 둔 지은이 서있다. 지은은 한창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누구보다 쉼이 필요한 상황이다. 효리가 과거 걸었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셈이다. 지은은 201510월 발표된 앨범 “CHAT-SHIRE”가 소아성애 논란에 휩싸이며 활동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당시 지은은 자신이 처음으로 프로듀싱한 앨범이 막대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놀랐던 것 같다. 논란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이유는 사과문을 공개했고 앨범은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효리의 쉼이 내적 동요에 따른 것이라면 지은의 쉼은 외적 혼란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차이가 있다.

<효리네 민박>은 단순히 감춰진 스타의 삶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전환점 위에 선 두 대중가수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이들의 쉼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간단치 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