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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비평] 누구에게나 '쉼'은 필요하다 “효리네 민박”④

 

음악으로 삼각관계를 이루다

상순은 프로그램 속에서 효리와 지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상순은 대중에게 밴드 롤러코스터의 기타리스트보다는 톱스타 이효리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효리가 과거에 대중적으로 잘 포장된 문화 아이콘이었다면 상순은 본인의 음악적 세계를 고집했던 음악가다. 동시에 상순은 효리의 표현을 빌리면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캐릭터적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뜻으로 효리는 그런 상순이었기에 기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지은은 현재 대중음악계의 아이콘이면서 동시에 감정 기복이 없는 캐릭터다. 지은, 효리와 각각 교집합을 갖는 상순은 이들을 아우르는 역할을 맡는다.

결혼 이후 효리의 변화가 가장 잘 나타나는 영역은 역시 음악이다. 과거 효리의 음악은 강렬한 퍼포먼스가 동반된 구성이 특징이었다. 이런 모습은 효리쉬(Hyorish)’라는 신조어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발표된 새 앨범 “Black”의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보면 끝없는 황야를 질주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정해진 안무 없이 제주도에서와 마찬가지로 화장기 없는 얼굴, 풀어헤친 머리를 한 채 몸을 음악에 맡긴다. 선 공개된 곡인 “Seoul”의 뮤직비디오는 서울과 제주도의 모습을 계속 병치시킨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프로그램에서도 두 사람의 음악적 교류를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상순과 효리가 번갈아 가며 음악을 재생하는 시퀀스를 들 수 있다. “Heart, Mind & Soul(El DeBarge)”, “Waterfalls(TLC)” 따위의 노래를 재생하다가 이윽고 자신들의 음악을 선곡하기에 이른다. 서로 다른 두 음악세계의 만남이다.

음악 성향으로 보면 효리와 상순 사이에 위치한 것이 지은이다. 데뷔 초 가수 아이유가 대중에게 각인 시킨 곡들을 대부분 춤을 동반한 화려한 곡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동료 가수들과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음악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상순도 지은을 만남으로써 기억 속의 음악을 꺼내보는 기회를 얻는다. 상순이 효리에게 들려준 음악이 El DeBarge였다면 지은에게는 오지 오스본이다. 아내 효리가 싫어한다는 헤비메탈은 상순이 기타를 처음 배울 때 꽂혀있었던 음악이다. 상순의 선곡에 대한 지은의 대답은 선우정아다. 상대방이 택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음악세계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존중이다.

효리, 상순 그리고 지은의 음악적 삼각관계는 마지막 음악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효리는 지은에게 즉흥적으로 녹음한 멜로디를 들려주며 같이 가사를 붙여 부르자고 제안한다. 효리와 지은이 서로를 생각하며 1절과 2절의 가사를 각자 쓰고 상순이 멜로디에 살을 붙여 완성시켰다. 보름 간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서로에 대해 느낀 감정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서로의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