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비평] 누구에게나 '쉼'은 필요하다 “효리네 민박”⑤

 

 

쉼이 만나 이루는 하모니

<효리네 민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일반인 게스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프로그램 참여 신청 건수가 2만 건을 넘었다고 하니 울타리 안에 감춰졌던 효리의 삶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게스트들은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나잇대는 70대 노부부부터 10대 학생까지, 직업은 취업준비생부터 경찰, 탐험대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인다. 지은과 마찬가지로 <효리네 민박>의 게스트들은 보통 게스트들과 다르다. 보통의 민박집 게스트들이 해당 지역 여행을 위해 민박을 이용한다면 프로그램의 게스트들은 효리-상순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보다 집중한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효리와 상순, 지은 역시 이들을 보통의 게스트로 대하는 것이 아닌 사귐에 초점을 두고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효리, 지은과 마찬가지로 게스트들 역시 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취업을 준비 중인 김해 5인방,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읜 삼남매, 선천적 질병으로 청력을 잃은 20대 여성,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음대생 등 각자 나름의 고충을 안고 있는 게스트들이다. 이들은 게스트 주인인 효리에게 마음속의 짐을 털어 놓고 위로 받는다. 효리가 타인을 보듬는 모습에서 쉼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톱스타인 그가 자신을 돌아보고 비로소 다른 사람의 그림자까지 보듬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리가 완성된 인간상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효리가 배움의 과정에 있다는 것은 지은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잘 나타난다. 효리와 지은이 개와 산책을 하고 오는 중 길 잃은 개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근처 주민에게 개를 찾아주는 과정 중에 지은은 뜻밖의 팬을 만나게 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만남에 지은의 어린 팬은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린다. 이 모습을 멀리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효리.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효리는 지은에게 자신의 위치가 변하고 있음을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은과 함께 하는 상황 속에서 연습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마음을 고백한다. 서로의 모습을 통해 삶을 반추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시퀀스다.

연예인들이 스스로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난 뒤에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를 되돌아 볼 시간이 없었다.” 10대 때부터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아이돌들에게는 특히 와 닿을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누구에게나 은 필요하다. 어쩌면 쉼은 연예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연예인 역시 자신의 삶을 반영해 무엇인가를 창작해야 한다. 문제는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자신이 발자취, 삶이 어떠했는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자신의 삶이 무엇인지 잊게 되면 창작을 위한 기반도 잃게 된다. 연예인에게 쉼이 중요한 이유다.

<효리네 민박>을 떠나는 지은은 씩씩하게 웃으며 뛰어간다. 그 모습을 보는 효리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마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두렵지 않다는 듯이. 더 정확히는 후퇴 없는 전진이 없다는 걸 안다는 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