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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속사정을 논할 수 없는 <속사정쌀롱>



  지난주 방송된 jTBC <속사정쌀롱> 7회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해당 방송분 후반 10분 정도 동안 벌어진 진중권 교수와 허지웅씨 간 논쟁 때문이다.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한 돌싱남과 친구의 결혼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논쟁의 핵심을 간단히 정리하면 진중권 교수가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한 사람은 대부분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결혼의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라고 한 것에 대해 허지웅씨가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이라고 반박하는 과정이 이어진 것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두 사람의 발언은 모두 나름의 논리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맥락에서 보면 누군가는 뜬구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 논쟁에서 발언의 설득력을 결정한 것은 맥락, 즉 프로그램의 성격이었다. 나는 이 글을 쓰며 <속사정쌀롱>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프로그램이 시사교양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썰전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라는 것에 이은 놀라운 사실이다. 마치 농구장에서 축구선수들이 축구를 하는 모양새인데, 이것을 농구 혹은 축구 아니면 제3의 스포츠라고 해야 할지 모를 난감함이 느껴진다





내가 이들 프로그램을 당연히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시사성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것 외의 요소는 예능 프로그램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인물이 연예인이라는 것 이외에도 맥락을 자르고 들어오는 자막이나 농담, 그 외의 편집기법과 구성은 시청자로 하여금 프로그램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게 한다. <속사정쌀롱>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된 예능 프로그램이라 분류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하다고 본다.

  두 사람이 맞는 말을 하는데 어느 한쪽의 발언이 설득력을 잃는 것은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한명은 시사교양식 발언을 했고 다른 한명은 예능식 발언을 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논의의 층위가 달랐다는 말이다. 다시 프로그램 속 논쟁으로 돌아가 보자. 진중권 교수는 가정폭력의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일반론을 이야기했다. 이 주장은 일반론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다. 경찰청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가정폭력을 가장 집요하고 음성적이며 재발률이 높다라고 설명하고 있다.[각주:1]  또한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 신고는 8.3%로 저조한 가운데 재범률은 급증하고 있다는 자료도 있다.[각주:2] 하지만 진중권 교수의 주장에 대한 허지웅씨의 반론은 개별 사안에 대해 일반화할 수 없고 결혼의 대상으로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폭력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허지웅씨의 주장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일반화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프로그램의 특성상 성립할 수 없다. 시청자들에게 제공되는 사연의 정보량은 많아봐야 A4용지 한 장 안쪽이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백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뤄지는 사연에 대한 구체적 맥락을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일방의 주장만을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허지웅씨가 주장하는 개별사안의 맥락이나 경중을 논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현장에서 왜 허지웅씨가 감정이입을 했는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대목이다. 또한 배제의 논리를 먼저 꺼낸 것은 허지웅씨 본인이다. 극단적 논리를 제시함으로써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그다지 좋은 토론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속사정쌀롱>은 여러 단계를 거쳐 시청자들이게 제공되는 예능’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연출자, 편집자, 작가의 의도가 담긴 영상 제작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진중권 교수와 허지웅씨의 대립구도가 제작진의 바람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허접한 대립구도는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는 다는 점을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과거 허지웅씨의 트위터 내용을 인용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1. 4대악 근절 Ⅳ - 가정폭력이 집안일? : http://polinlove.tistory.com/6557 [본문으로]
  2. [기 고] 가정의 달 5월을 가정폭력 근절의 달로 : http://www.chungnam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8962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