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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은메달을 목에 건 피겨여왕 김연아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은메달을 획득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마지막으로 경기를 마친 김연아의 점수가 공개된 직후, 그러니까 김연아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밀려 은메달이 확정된 직후 온라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배성재 아나운서,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등 유명인들까지 가세해 경기의 판정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사실 쇼트프로그램에서부터 러시아는 김연아에게 박했다. 반대로 러시아 선수들에게는 유독 관대한 점수를 주며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 2위의 격차는 종잇장 하나정도 차이 나게 된다. 그리고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우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현실로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김연아가 확실히 대한민국을 대표하긴 한 것 같다. 네티즌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판정에 문제가 있다는 국내 여론과 외국 언론의 반응을 살폈다. 외국으로부터의 반응도 역시 김연아가 금메달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었다. 





특히 독일의 카트리나 비트는 판정에 대해 심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21일 19시 현재 ‘연아야 고마워’라는 포털 검색 이벤트와 함께 경기내용에 대한 재판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19시 현재 서명인 수는 140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소치올림픽의 김연아 오심 시비를 통해 우리들이 얻은 세 가지를 정리해 본다. 우선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영어공부를 했다. ESPN에 등장한 ‘Home cooking’ 등 외국 반응을 살피기 위해 외국 언론의 홈페이지나 외국 유명인들의 트위터를 방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명운동이 진행 중인 웹페이지에 등장한 ‘First Name’이 한동안 ‘김연아 서명운동’과 함께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두 번째로 우리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것을 확인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국제적 불의를 보며 정부와 관련 기관에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보다 시민 개개인의 뜻을 모으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바로 서명운동이다. 앞서 안현수 사태를 목도하며 뿌리를 내렸던 체육계에 대한 불신도 이러한 운동에 한 몫을 했다. 정부 능력에 대한 불신인 것이다. 나이 많은 어른들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우리나라가 약소국이라 그래.’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 들려오는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규모 10위의 경제 대국입니다.’ 라는 말은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세 번째로 우리는 마지막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일인자의 모습을 보았다. 사실 쇼트프로그램에서부터 점수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러시아 선수들은 점수를 후하게 받은 반면 김연아는 받아야 할 점수도 다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이어졌고 결국 김연아는 2위에 머물렀다. 최종 점수를 확인한 김연아는 곧 현장의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세계 최정상의 피겨여왕 김연아는 그렇게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지나고 있다.

  국내,외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는 소식은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모두 김연아의 연기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연기보다 더 훌륭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김연아가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분노하기보다 '은메달을 목에 건 1등' 김연아의 은퇴를 축하해야하고 격려해야 한다. 러시아는 스스로 국격을 포기하며 금메달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뿐이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리면 사그라질 감정의 표출보다 그동안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준 피켜퀸 김연아에게 박수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