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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박근혜 대통령의 권위의식을 보여준 2014 신년기자회견

  박근혜 대통령이 2년차 임기를 맞이했다. 정권을 책임지고 있는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내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1월 6일 오전 10시, 신년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필자의 생활패턴과 지난 1년 동안의 실망으로 신년기자회견을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었지만 일말의 기대를 안고 텔레비전을 켰다. 대통령으로서 조금이라도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을까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의식으로 점철되었다.

  다음은 언론인들이 박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 목록이다.

 

-지난 1년의 소회와, 향후 국정 구상 운영과 각오(연합)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서 올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는지(MBC)

-국정원 문제에 대한 견해와 국정원 개혁법안에 대한 평가(동아)

-앞으로 (전세값 등) 부동산 전망과 소득세 구간 변경에 대한 입장(매경)

-지방 SOC사업에 대한 입장,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대구일보)

-국정홍보의 선제적 대응 방안(뉴데일리)

-개각에 대한 입장, 박 대통령은 퇴근 후 어떤 활동을 하는지(채널A)

-일본 엔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로이터)

-노사정 관계의 해법, 개헌론의 입장(세계)

-문화융성을 위해서 추진하고 있는 실질적인 정책은 무엇인지(중부일보)

-악화된 한일, 남북관계의 해법, 그리고 정상회담 가능성(YTN)

-올해의 사자성어인 '전미개오'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한중관계 전망(CCTV)

 

총 12개의 질문과 답변이 등장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평균적으로 7-10개의 질문을 받았다고하니 박 대통령은 양적으로 더 많은 소통을 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과 형식은 열린 대화와 멀었다. 우선 질문을 던진 언론사들을 보면 대부분 친정부적 성향을 가진 보수언론사에 중도로 분류될 수 있을 만한 언론사가 소수 포함되었고 외신은 두 곳이었다. 이것은 정부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언론과의 대화는 피하려는 박 대통령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 박 대통령의 후보시절과 대통령 당선 직후 약속했던 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또한 내용적인 면에서도 전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정부기관의 대선 개입 문제나 채동욱 전 검찰청장, 윤석열 지검장에 대한 질문은 없었고(필자는 그렇게 판단한다) '북한-통일-안보'라는 의식체계를 다시 확인시키는 내용의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또한 필자가 눈여겨 본 것은 기자회견장의 배치다. 오늘 기자회견은 청와대 춘추관 2층에서 진행되었다. 대통령 단상 양 옆에는 박 대통령과 정부를 이끌어가고 있는 관료들이 균형있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 모습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표명한대로 박 대통령과 정부는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참여정부 초기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는 다른 모습이다.

 

 

마지막 동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겠지만 형식과 내용면에서 노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너무 다르다. 어쩌면 대통령의 미덕이 소위 '달변가적 기질'이나 소통능력에 있는 것만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오늘 신년기자회견은 시민들이 원하는 소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본 박 대통령에게서 진정 소통의 의지를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청와대와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만한 거리가 있다. 바로 박 대통령의 한마디.

 

"통일은 대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