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비정상회담, 미수다와 마녀사냥의 만남





  JTBC에서 새로운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런칭했다. 프로그램 소개 페이지에서는 UN정상회담에서 모티브를 얻어 국제 청년들의 평화와 행복한 미래를 논하겠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프로그램 로고도 UN의 로고를 본떠 만들었다. 프로그램명이 녹색창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루 넘게 유지하고 있으니 시작은 아주 좋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필자도 프로그램을 봤다. 처음 시청하기 전에는 패널들을 방송인이 아닌 이들로 구성돼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과거 미수다(미녀들의 수다)’에서도 비슷한 구도를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자가 특정 주제를 놓고 외국인 패널들과 한국인 패널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식 말이다. ‘비정상회담은 유세윤, 전현무, 성시경 등 메인 MC와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남성)들이 고정 패널로 등장해 매주 다른 한국 대표가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미수다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음을 곧 알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필자는 비정상회담미수다와 검증된 마녀사냥의 만남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가의 정상이니 대표니 하는 것은 여기에서 중요하지 않다. 말끔한 외국 남자 사람이 출연해 격식 차리지 않고 대화하는 것을 프로그램의 지향점으로 봐야 할 것이다.





  ‘비정상회담미수다와 가장 다른 점은 출연자간의 관계설정이다. 지상파인 KBS에서 제작했던 미수다의 경우 방송에 출연했던 패널들이 서로를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인과 외국인 패널들 사이의 거리는 물론이고 외국인 패널들이 앉은 좌석 간에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면서 MC의 통제 하에 각자의 견해를 분절적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의 경우 MC들의 개입은 최소화된 모습으로 패널들의 자유로운 대화가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패널들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연속적이고 호흡이 빠른 점도 미수다와 다른 점이다. 패널들은 회의 탁자에서 최소한의 공간만 부여받아 밀착된 상태에서 대화를 한다. 또한 형식적인 배려를 대부분 삭제했다는 것이 다르다. UN 회원국들이 모이는 정상회담에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며 갈등이 드러나듯이 비정상회담에서도 문화권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 드러난다. 프로그램명에서 비정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으니 크게 거부감은 없다. 물리적 거리가 좁다보니 갈등보다 오히려 친한 젊은이들의 수다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준다. 이 부분은 마녀사냥에서 네 남자가 거리감을 최소화한 채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과 흡사하다. 조명에서도 마녀사냥의 느낌이 나타나는데, 어두운 조명이 그대로 비정상회담에 적용되면서 밤 중의 밀담을 연상케 한다.





  ‘비정상회담미수다가 다른 또 한가지는 주제 선정에 있다. ‘미수다에서 주로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 더 정확히 한국 문제였다면 비정상회담은 국내 문제에서 벗어나 여러 문화권의 청년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비정상회담의 첫 의제는 청년들의 독립문제였다. 36세에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한국 대표 장동민의 개인 사례를 통해 보편적인 안건을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나라 청년들의 사례와 주장이 등장했는데 대화가 진전될수록 한국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의 문제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간혹 외국인으로서 한국사람, 한국문화에 이질감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외국 청년들의 해프닝 정도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매 회, 매 주제를 마무리하면서 투표를 통해 결론을 내리는 장치가 있지만 그것은 요식행위이고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대화가 더 중요해 보인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개방적일 것이라 지레 짐작되는 백인 청년이 한국인의 인식보다 더 보수적인 주장을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미수다의 형식에서 한 걸음 더 전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은 가치의 우위를 정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미수다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외국인의 눈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노골적으로 지적했던 점이다. 가령 한국 여대생들은 왜 명품백을 메느냐’, ‘데이트 비용은 꼭 남자가 지불해야 하느냐와 같은 이슈에 대해 외국인 패널들의 불쾌에 가까운 반응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비정상회담의 첫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어떤 것이 더 옳다는 것을 상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문화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름을 인식하는 과정이 프로그램의 전개방향이다. 더구나 비정상이라는 수식어, 개인의 의견이라는 자막을 계속 삽입함으로써 의견 수용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점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 요소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회차를 거듭하며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나, 제작진이 확실히 인지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비정상회담미수다혹은 마녀사냥의 방식을 따라간다면 필패할 것이라는 점이다. ‘비정상회담미수다마녀사냥의 좋은 요소들을 차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로인해 첫 회부터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미수다와 같이 시청자를 자극하기 위해 문화적 상대주의를 버리거나 마녀사냥처럼 자극성을 더해가는 소재를 다루면서 시청자들을 지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장점으로 여겨졌던 요소들을 관리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단점이 되어 시청자를 찌르게 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균형감각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JTBC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썰전’, ‘마녀사냥등을 거치면서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는 방송사의 고유한 색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신뢰할 수 있는 언덕이 된다면 비정상회담등 앞으로의 JTBC 예능프로그램은 종편이라는 선입견을 지운 채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