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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대중음악의 시대를 위하여 <음악의 시대>

 

 

 

 

대중음악의 시대를 위하여 <음악의 시대>

 

대한민국 대표 뮤지션 23팀이 함께 부르는 무대가 열립니다.

새롭게 개국하는 MBC MUSIC의 개국 특집,

음악의 시대가 바로 그 프로그램입니다.

 

한 시대를 함께 사는 가수들조차 음악적 교감을 찾기가 어려운 이 시대, ‘음악으로 소통하자’라는 말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가수는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

이를 찾기 위해 23팀의 가수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1950년대 생부터 1990년대 생까지! 아이돌부터 인디밴드까지,

음악의 화려함보다 진정성을 찾기 위한 새로운 도전,

세대와 장르의 벽을 허물고

단 하나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무대가 펼쳐집니다.

...MBC MUSIC 홈페이지에서 발췌

오랜만에 만난 의미있는 음악 프로그램

  평소와 같이 TV채널을 돌리던 중 가수 윤상이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 윤상의 노래를 잘 알지 못했거니와 그리 좋아하는 가수도 아니었던 터라 다시 채널을 돌리려는 순간 노래하고 있는 윤상 뒤에서 코러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니 가수들이 보였다.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해 하던 중에 화면은 다른 가수들로 옮겨갔다. 동료들의 무대에 이렇게 보기 좋게 동참하다니. 아! 감동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시대에 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공연의 기본적인 구성은 23팀의 가수들이 한 무대를 꾸미는 것이다. 한 팀씩 돌아가며 자신의 대표곡을 부르는 메들리 형식임과 동시에 출연 가수들의 23곡은 다시 하나의 곡으로 완성된다. <음악의 시대>무대가 조화로울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노래에 집중했던 것이 아니라 동료 가수들의 무대에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참여한 가수들은 나의 무대를 위해, 동료의 무대를 위해, 우리 가수들의 무대를 위해 함께 했다.

 

전연령대를 포괄할 수 있을 공감 가능한 무대

  <음악의 시대> 제작진이 고심 끝에 구성한 관람단이었겠지만 공연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음악의 시대>에서 찾을 수 있었던 공감의 포인트는 ‘참여 가수의 구성’, ‘곡의 편곡’, ‘공연장의 선정’이다.

  먼저 출연가수들과 곡목이다.

 



 

  출연가수들과 그들이 부른 곡의 등장시기를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이다. 지난 30여년의 세월이 무대에서 만난 것이다. 시대를 넘나들고 장르를 넘나들며 23개 팀의 가수들은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 냈다. 1980년대 젊은 세대였을 지금의 우리 부모님 세대와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을 좋아할 10대들까지 모두 음악을 들으며, 무대를 즐기며 공감할 수 있다.

 

  곡의 편곡 또한 대중과 무대를 위한 편곡이었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2> 등을 통해 곡의 재해석이 갖는 새로운 에너지와 감정을 경험했다. <음악의 시대> 무대에서도 모든 곡에 대한 편곡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원곡의 장르와 분위기를 깨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가 첨가되는 형식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원곡의 분위기를 깨지 않는 범위에서 편곡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3곡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하나의 통일된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연장의 선정이다. <음악의 시대> 녹화는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진행됐다. 이것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국내의 대중음악 공연장하면 떠오르는 공연장이 거의 없다.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느끼는 것은 공연장의 부족이다. 혹자의 경우 ‘왜? 우리나라에 공연장 많은데?’라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맞는 말임과 동시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각 공연마다 적합한 공연장이 있기 마련이고 소위 ‘시즌’마다 대관신청이 몰리기 때문에 적합한 공연장 찾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대중음악을 위한 공연장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 더욱 아쉬움 점이요, 그보다 더 모든 가수들이 한번 쯤 서보고 싶을 ‘아우라’를 가진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 더 더욱 아쉬운 점이다.

  대중음악을 위한 공연장이 정말 희귀한 현실에서 아람극장으로의 결정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람극장은 오페라와 뮤지컬, 콘서트 등의 공연을 위한 다목적 극장이다.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역사는 깊지 않지만 공연장의 시설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넓은 스펙트럼의 관객을 포괄해야 했었던 만큼 공연의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가져갈 수 있는 공연장의 선택이었다.

 

디지털적인 가치와 아날로그적인 가치가 공존하는 공연 구성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만 가지고 있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와 함께 한국 대중음악계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표적인 변화는 MP3로 대변되는 온라인 음원시장의 성장이다. 온라인 음원 서비스는 30초에서 1분가량 미리듣기가 지원된다. 짧은 시간동안 대중을 사로잡기 위해서 선택해야 했던 것은 곡의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앞부분에 그리고 자주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등장하게 된 것이 후렴구가 반복되는 ‘후크송’이다. 분명이 온라인 음원시장에 영향을 받은 변화라 할 수 있다. <음악의 시대>에서도 짧은 시간동안 히트곡이 이어지는 공연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공연의 의미를 담기 위한 구성이었음이 첫 번째였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의 시대>무대가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소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의 시대>의 공연구성과 현 가요계의 모습이 닮아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앨범이 사라지고 히트한 타이틀곡만이 기억에 남고 휴대폰에 남고 미니홈피에 남는다.

  동시에 <음악의 시대>는 아날로그적이었다. 23곡이 무대에 등장하지만 결국 하나로 엮어 45분여의 통일된 무대를 연출해 냈다. 결국 관객과 시청자들이 공연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의 공연의 흐름을 따라야하고 45분여의 음악여행은 그자체로 아날로그적이다.

 



 

<음악의 시대> 무대가 던지는 메시지

  <음악의 시대>의 무대는 가수들과 대중들에게 동시에 메시지를 던진다. 대중음악과 대중가수가 왜 존재하는가? 무대 위 공연이 진행되며 변해가는 가수들의 표정은 마지막 ‘꽃밭에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에서의 감동의 눈물로 이어진다. 무대 위 가수들은 무엇을 느꼈나?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들, 그리고 TV나 컴퓨터를 통해 시청한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남았던 가슴 뜨거웠던 느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얼마 전에 종영한 <나는 가수다>의 경우 현재의 편향된 한국 가요계에 대한 극단적인 처방이었다. 아이돌 위주인 현재 한국의 가요계에서 그 구성원들은 시대의 조류라 생각하며 그냥 그렇게 흘러왔다. <나는 가수다>의 영향으로 한국의 대중들은 오랜만에 가수들의 진정성 있는 무대를 볼 수 있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 가수도 자극을 받았고 그와 함께 해당 가수의 팬과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가수다>의 시청률 하락을 통해 충격요법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화제를 뿌리며 상승기를 보았던 초반과 달리 후반기로 갈수록 변화 없이 계속된 자극이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의 분명한 성과는 이러한 방송포맷의 도입을 통해 현재 우리 가요계의 모순에 대한 공론화된 성찰이 이루어 졌다는 점이다. <음악의 시대>의 무대는 <나는 가수다>와는 다른 메시지를 던진다. <나는 가수다>가 경쟁을 통해 가수 잠재력을 이끌어 내어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다면 <음악의 시대>는 가수들의 화합, 공존, 공생의 의미를 통해 시너지를 얻는 무대였다. 사실 <음악의 시대>의 공연 형식이 굉장히 고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시대에 만연해 있는 경쟁구도의 영향이 크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지인 화합, 공존, 공생이라는 가치에 의한 무대를 대중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은 우리 주변의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방송 프로그램상에서는 제공되지 않았지만 공연장에서는 스크린을 통해 가사를 관객들에게 제공했다. 관객들의 공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대중음악이라는 것은 대중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써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MBC MUSIC의 개국특집 방송으로 기획된 <음악의 시대>를 보며 국내 음악방송과 가요계가 걸어가야 할 한 가지 길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