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잡념

KBS 스페셜 – 청년 탈출 꿈을 찾아서

 

 

  본의 아니게 KBS 스페셜을 보게 됐다. (하필이면 KBS를 봤네...) 825<KBS 스페셜>에선 헬조선을 떠나 외국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젊은이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크게 두 문장으로 이뤄진 스토리라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외국은 국내보다 처우가 더 좋고 새로운 경험할 수 있으며 미래를 설계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낯선 사회에 용감하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리고 있다. 적게는 우리나라 최저 시급의 2배에서 많게는 3-4배에 이르는 해외의 최저시급도 강조한다. 일자리의 기회는 훨씬 더 폭넓게 제공되며 서울에 비해 숙소도 비싸지 않다는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다른 한 문장은 청년들에게 한국의 취업환경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나라를 떠난 청년들은 하나 같이 국내의 취업환경보다 외국이 좋았다고 말하고 있고 국내에서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공감한다는 내용이다. 국내에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부족한지, 최저시급은 얼마나 낮은지도 반복적으로 지적한다.

  기회를 찾아 외국으로 시선을 옮긴 청년들의 선택은 존중 받아야 하고 격려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두 문장의 곱씹을수록 입 안에 쓴 맛이 진해진다. 사실 욕이 목까지 차오르는 걸 겨우 눌러 담았다. 방송을 보면서 한국의 청년들을 모두 중동에 보내자는 대통령의 말이 떠올랐다. 이것은 가혹한 현실은 인정하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비겁한 말이 아니던가. 과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가족들을 위해서 떠났다고 하지만 현재의 청년들에게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 나라를 떠나라고 말하는 대통령의 마음은 과연 기꺼웠을지. 방송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내 취업환경은 이렇게 힘들지만 외국에 더 좋은 환경과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여기에는 국내의 현실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맥락이 깔려있다. 현실 개선에 대한 의지가 전혀 담기지 않은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직업의 안정성은 정년 보장이 아니라 기업 간 공정한 거래와 경쟁, 사회 안전망 확보, 적정 임금 보장이라는 말은 하기 싫은 것이다.

  <KBS 스페셜>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일 수 있다.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도 거기까지다. 만약 대한민국, 이 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방송을 만들었다면 외국에서 가능한 것이 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지 먼저 궁금해 했어야 마땅하다.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하지 않은 <KBS 스페셜>, 지금 스스로가 랩독(lap dog)과 가드독(gaurd dog) 사이 어디쯤에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