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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말 인명경시가 문제였을까?




  KBS가 오렌지캬라멜의 신곡인 ‘카탈레나’의 뮤직비디오에 방송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뮤직비디오는 등장인물들을 랩에 싸인 식품, 초밥으로 묘사하고 있다. KBS는 이러한 설정이 인명경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 '카탈레나' 뮤비, KBS 방송 부적격 판정 "인명경시 행위 때문"

http://www.tvreport.co.kr/?c=news&m=newsview&idx=479791)

하지만 단지 이런 우스꽝스러운 설정을 지상파 3사중 KBS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에는 다른 이면이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사실은 지나친 왜색이 걸렸던 것은 아닐까?

  ‘카탈레나’의 곡 분위기와 뮤직비디오는 일본 대중 친화적으로 설정되어 있다.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오렌지캬라멜이 한국 음원 발표에서부터 일본 현지화 된 제작물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카탈레나’는 음악에서부터 뮤직비디오, 안무, 의상에 이르기까지 일본시장을 의식한 듯하다. 음악가에게 표현의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 만큼 그녀들이 어떠한 콘셉트를 가지고 시장에 등장하든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해당 가수의 콘셉트는 제작사의 문제이지 방송사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대중음악인만큼 호불호에 따라 대중의 판단이 뒤따를 것이다.

마음속에 걸리는 점은 이제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가수들이 한국적 색깔이 아닌 현지화 된 제작물로 어필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휴대전화기, 자동차의 해외수출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문화적 침공이 아닌 경제적 침공으로의 전환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 대중음악은 서구, 특히 미국 음악의 영향 아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에는 해외에서 작곡을 공부한 작곡가들이 이미 검증된 멜로디라인을 가져와 한참동안 울궈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 대중음악은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들도 그 문화가 익숙해졌다. 하지만 서구 음악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었다. 차이가 존재했다. 음악 평론가들은 이것을 ‘뽕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반도에 사는 이들이 두루 공감하는 감성이 음악 장르를 막론하고 퍼져있었다. 그리고 그 감성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가수들의 음악에도 있었다. 립싱크에 익숙했던 가수들이 라이브 공연을 하기 시작하거나 기존 자신들의 음악을 현지어로 번역해서 부르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틀은 대체로 한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금 오렌지캬라멜의 ‘카탈레나’를 보면 일본시장을 위해 제작된 음악을 가지고 한국 가요계에서 도전하는 모습이다.

  과거 Kpop은 허구라고 했던 사람들이 걱정했던 부분들은 하나둘씩 현실화 되고 있다. 이제 한국 대중가요를 이야기하는 Kpop은 현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한국적 감성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우리에게 남는다. 이것이 가능한 것이라면 Kpop을 통한 교류는 문화의 전파가 아닌 삼성이나 현대가 잘하는 공산품 수출과 같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으로 사랑받고 삶을 영위해가는 사람들이 더욱더 문화와 음악에 담긴 정신을 지키는 노력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렌지캬라멜 '카탈레나'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