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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산업과 음악가의 상생을 위한 저작권

 

  우리나라의 저작권법 제1조(목적)에는 저작자의 권리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저작물 공정이용을 협의로 해석한다면 저작자가 가진 권리를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예술 창작에 법이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고 광의적 해석은 미래에 등장할 모든 예술(작품)의 창작 환경의 보장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예술인을 포함한 예술계의 발전이 저작권법의 목적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악보를 통한 음악 판매 시대부터온라인을 통해 음원을 판매하고 있는 지금까지 음악산업은 음악가와 함께하고 있다. 어쩌면 음악가의 저작권과 함께하고 있다는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계몽의 변증법>에서 주장한대로 산업화를 대량생산과 관련짓는다면 음악산업의 시작은 16세기 악보 출판으로 봐야할 것이다. 또한 17세기의 사회적 변화를 통해 등장하는 공공음악회 개념을 통해 대중이 음악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악보출판업은 19세기까지 가장 번성했던 음악산업이었다. 20세기 초부터 미국의 작곡가와 출판업자들이 뉴욕 맨하튼에 모여 틴팬앨리(Tin Pan Alley)를 형성한다. 당시 미국이 저작권을 강화하기 시작함으로써 저작권자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틴팬앨리 역시 규모가 거대해질수록 ‘확고한 체계’가 형성되었다. 작곡가, 출판업자, 송플러거, 연주자 등 산업을 구성하는 요소가 체계화 되었고 음악스타일도 산업에 적합한 일부 음악으로 한정되었다.

  19세기 말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고 이후 20세기부터는 청각을 통한 음악의 향유가 가능하게 되었다. 연주를 통한 감상차원에서 기계적 재생을 통한 반복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틴팬앨리와 녹음음반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부터 음악관련 매체를 생산하는 출판사, 음반사는 자신들과 계약한 아티스트와 함께 사업을 이끌어나가기 시작한다. 현대적 음악산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음반이 악보를 대신하기 시작한 시점 이후로 약 100년간 음악산업은 물리적 음반이 지배한다. 음반사가 저작권을 가진 음악가와 계약하고 음반을 발매하면 수익을 나누어 갖는 형식으로 사업은 정형화된다. 1930년대 라디오가 가정에 보급되고 음악의 저작권을 가진 음악산업 관계자들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대중은 라디오를 통해 음반보다 더 높은 음질의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디오가 음반의 홍보를 위한 매스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로 음반산업은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음악산업에서 실질적 주인은 창작자가 아닌 음악을 매개로 사업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당대 음악 장르의 변화를 주도하기도 하는 등 음악산업 전체의 흐름을 이끌었다. 음악업자들이 대중들의 수요를 읽고 업계의 흐름을 이끌었기 때문에 음악 판매를 통한 수익을 저작자와 나눌 수 있었다. 지금까지 흘러온 역사를 보면 음악산업은 저작권에 의해 형성되고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작권 강화로 자신들의 이윤을 지키기 위해 한데 모여 산업을 이루었고 저작권의 보호로 배타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물리적 음반의 수요는 많은 부분 사라졌다. 물리적 음반에 기대했던 음악 청취에 대한 욕구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형체가 없는 가상음원으로 이동한 것이다. 대중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음악향유방식의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 과거에 악보에서 물리적 녹음음악으로 이동했던 변화가 물리적 음반에서 가상적 온라인 음원으로 변화한 것이다.

  음악산업은 소멸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 대중들의 음악 향유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다. 고착화된 사업모델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음악산업의 시작이 음반의 판매가 아니라 대중과 음악(음악가)를 연결하는 역할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음악산업이 저작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음악의 생산과 소비 사이에 놓인 길을 재정비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