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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선악과를 입에 문 대중, 그리고 강제적 커밍아웃

  아이유의 제제 해석 논란에서 이어진 소아성애 논란까지 한창 커진 불쾌감이 표출되고 있다. 주요 일간지에서도 이번 사태를 다루고 있는 걸 보며 아이유의 영향력이 보통이 아님을 다시 확인한다. 일간지의 칼럼은 대체로 아이유를 옹호하는 분위기다. 예술가에게 해석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건 거의 절대적 명제로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제기하는 쪽의 불편함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소아성애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윤리적 비판이다. 이런 논란의 핵심은 시나브로 빠져드는 대중문화, 스타시스템의 특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이돌, 특히 걸그룹의 콘셉트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동안 계속되어 왔다. 과도한 노출, 특정 안무 등이 지적됐다. 그때마다 표현의 자유라는 논리가 무리 없이 받아들여졌다. 당당하게 소비할 수 있는 문화콘텐트로서 인증을 받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아이유의 이번 앨범은 달랐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출판사 동녘이 먼저 비상벨을 눌렀고 대중은 바로 주목했다. 금기를 건드렸다는 불쾌함의 표현이었다. 출판사의 오지랖에 힘입어 아이유의 여러 음악이 소아성애를 상징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까지 이르렀다. 아이유의 사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학자, 평론가의 주장에도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관련글 : http://hulhul2.tistory.com/612)

  이런 불쾌함의 밑바닥에는 선악과를 먹고 부끄러움이라는 실체를 알아버린 것과 같은 각성이 있다. 그동안 아이유와 팬들 사이의 동업관계는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유의 주된 활동 콘셉트가 소녀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었을까. 그럼에도 팬들은 아이유(그리고 소속사)가 만들어내는 판타지를 소비해왔다. 이것은 아이유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절대 다수의 아이돌이 그렇다. 우리나라 걸그룹의 시초격인 소녀시대는 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녀가 콘셉트였고 활동할 당시에도 자신들을 소녀라고 지칭했다. 이들의 팬층은 대체로 성인 남성이다. 이후에 등장한 걸그룹들도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들은 깨끗하고 발랄해야 했으며 순수하고 선한 모습을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팀내 왕따문제, 일베유저설 등이 불거지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는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가장 먼저 해당 아이돌과 거리를 두는 것은 팬들이다. 적극적으로 활동한 팬들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콘텐트를 소비했던 이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욕구와 욕망이 응축된 것이 대중문화콘텐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돌과 팬들의 소통과정은 겉에 드러난 것보다 수면 아래의 보이지 않는 소통과정이 훨씬 크다. 아이돌(그리고 소속사)이 만들어낸 콘텐트가 일방적으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은 소통의 극히 일부분으로 그 사이에 대중의 취향을 찾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런데 문제없이 판타지를 소비해오던 것이 문제 있는 콘텐츠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부정당하게 된다. 일종의 강제 커밍아웃을 간접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돌은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그런 듯 안 그런 듯 그런 것 같은’ 상태를 능숙하게 유지해야 한다. 공조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 아이유(그리고 소속사)가 실수한 지점은 팬들과의 공조관계를 너무 적극적으로 드러냈다는 데 있다. 소녀로 소비되어야 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한 것의 반작용으로써 당혹스러움과 불쾌함이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제제의 해석논란과 로리타컨셉 혹은 소아성애 의혹은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둘이 비슷한 종류의 문제라는, 밀접하게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지만 이 둘을 연결할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제제 해석에 대해서는 아이돌로서의 아이유와 자연인 이지은 사이의 간극을 제제라는 캐릭터를 차용해 표현하려고 했다는 해명이 나왔다. 이런 해명을 뒤집을 근거 없이 논란을 확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공격일 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수 이지은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이번 건은 아이돌이 치러야 할 유명세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이유 #이지은 #제제 #로리타 #소아성애 #선악과 #강제 커밍아웃 #커뮤니케이션 #공조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