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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현 정권의 그림자와 겹쳐진 민훈기 해설

  오늘 시청자들이 한화와 NC의 경기를 보면서, 민훈기 씨의 해설을 들으면서 화가 난 이유는 현 정부의 악습이 겹쳐져 보였기 때문이다. 민 해설은 오심을 두둔했고 악습을 당연시했다. 


먼저 문제의 6회 말 2아웃에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앞두고 나온 스윙 오심 상황이었다. 


민 해설 : 지금 감정표현이 터져나온 가운데 3루심이 불쾌한 표정도 보였어요. (스윙 리플레이를 보고)아슬아슬했네요.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판정이 나온 상황에서...... 심판에게 좋은 인상은 아니에요.

(영상 : 심판의 볼넷 판정에 화가 난 로저스)


두 번째는 같은 이닝에서 나성범 타석에서 애매한 볼 판정 때 나온다.


민 해설 : 글쎄요. 조인성 선수는 확신을 했던 것 같아요. (화면 : 불만을 표현하는 로저스) 로저스는 뭐 약간 긴가민가 했던 것 같고요. 코스가 안쪽을 파고들었는데 홈플레이트를 스치듯 지나갔는데 약간 빠진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침착성을 유지하는 게 로저스에게는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나성범의 2루타 직후)

민 해설 : (전략) 그 전의 볼 판정에 대해서 지금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인데 조금 격했어요. 저런 경우에 자칫하면 퇴장도 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영상 : 나성범의 추가 적시타, 그리고 로저스의 판정에 대한 분노)


세 번째는 덕아웃에 안에서 분노를 표현했던 로저스의 모습을 리플레이 화면으로 보여주는 과정이다. 


최두영 캐스터 : 로저스 선수가 이닝이 끝난 이후에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모습인데요. 

민 해설 : 저런 모습은 썩 보기 좋지는 않죠. 

(영상 :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 힘든 로저스)


  시청자들이 분노했던 것은 편파 해설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특정한 팀의 편을 든 게 아니라 심판의 판정을 무조건 적으로 감싸면서 한국 프로야구의 권위 지키기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독특했다. 그는 심판의 판정은 절대적이며 심판에게 잘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심이 나오거나 애매한 판정을 했을 때 보통의 캐스터, 해설자가 말을 아끼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더구나 6회 노 스윙 판정이 오심이라는 보도도 나온 바 있지만 기자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는 민 해설의 애매했다는 '애매한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편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로저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은 한국 야구판의 분위기를 파악하라는, 해설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물론 심판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거 없다는 건 결국 한국 프로야구 심판진에 대한 고도의 돌려까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전,후자 중 어느 것이 맞는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성향과 분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민 해설이 선수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과 감정 표현을 그저 잘못된 태도로 치부해버린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상 : 잘 던지던 괴물 투수 로저스, 오심에 '흔들')

  어쩌면 민 해설이 현실적인 조언을 한 것이고 시청자들, 로저스의 건투를 바랐던 팬들의 아쉬움이 너무 컸던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해설자가 어떤 말을 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오심의 가능성은 항상 있다는 것과 오심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함께 가는 것이다.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시스템에 무조건적으로 맞춰야 한다거나 감정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은 엔터테인먼트로서의 프로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건 아닌지 의심하게 할 정도다. 캐스터와 해설자는 시청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권의 그림자와 민훈기 해설의 상황을 대비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점은 분명히 있다. 현 정부에서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자신의 염치없음을 자랑했던 모습은 시민들의 뇌리에 박혀 이제는 큰 자극도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법적으로 문제만 없으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만 받으면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식이다. 그 때마다 언론은 엇갈린 보도를 내놓고 이후 해당 사안은 수면 아래로 잠겨버린다. 얼마 전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총선필승' 구호를 외쳤던 사태도 마찬가지로 전개된다. 여당에서도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입장이 나왔지만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이라는 말은 안 했다.'는 말을 하며 애써 엄호했다. 이후 선관위의 판단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마찬가지로 민 해설도 한국 프로야구의 시스템에 맞춰 기계적인 해설을 내놓으면서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