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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다시 쓰는 YTN 성명서

지난주 변상욱 앵커의 트윗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주말을 지나며 YTN은 많은 당혹감을 느꼈던 것 같다.

당혹감을 넘어 분노와 질시로까지 그 감정이 옮아간 것 같다.

YTN의 성명서를 보면 그러한 감정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몇몇 성명서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변상욱 나가라는 것이다.

잘못을 했으면 그 책임을 지는 것이 프로의 세계에선,

특히 언론 같은 막중한 책임이 있는 곳에서는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일부 기자나 앵커가 내놓은

메시지에는 그의 인격과 역사를 모욕함으로써

변상욱 앵커와 차별화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그들은 스스로의 치졸함을 숨기지 않았다.

2012년 비 오던 어느 봄날,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던 언론 연합 집회에서

YTN은 시민들에게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YTN이 이제 시민과 동료들에게 연대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

 

변상욱이라는 외부자가 우리 조직에 피해를 줬다는 점에 대한

분노가 워낙 컸던 것일까. 나연수 앵커는 성명서에서 그가 어떤 태도로

파업을 임했는지 숨기지 못했다. 정말 실망스럽다.

 

만약 변상욱 대기자가 YTN 출신이었다고 해도 내부 반응이 이러했을까.

그리하여 변상욱 대기자가 YTN 출신이라는 전제를 두고

그들의 성명서를 다시 써보았다.

 

 

 

 


 

 

오른쪽부터 지민근 전국언론노조YTN지부장, 김대근 기자, 나연수 앵커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을 진행하는 변상욱 앵커가 지난 24일 트위터에 게시한 글이 거센 후폭풍을 불러왔다.

변 앵커는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청년의 발언을 인용하며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 마이크를 잡게 되진 않았을 수도"라고 비꼬았다.

이후 논란이 일자 변 앵커는 해당 트윗을 삭제했고, 25일 페이스북에 "청년들의 박탈감에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 글을 올렸다.

그러나 최초 게시물이 올라온 지 이틀이 지난 오늘도 회사 전화로, 온라인 게시판으로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초 오늘 <뉴스가 있는 저녁> 방송에서 따로 사과할 예정이었던 변 앵커는 일단 이번 주 휴가를 내고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엄밀히 말해 SNS는 사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개인이 SNS에 올린 글을 '사인(私人)'으로서 쓴 것인지 '공인(公人)'으로서 쓴 것인지 칼로 무 자르듯 나누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물며 앵커, 그것도 프로그램에 이름까지 걸고 진행하는 앵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아무리 방송이 아닌 개인 SNS에 피력한 의견일지라도 그것을 오롯이 '앵커 개인'의 생각으로만 여기기는 쉽지 않다.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회사 전체의 의견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프로그램 진행 계약을 맺은 프리랜서 앵커가 YTN을 대변한다고 보는 건 억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시청자들은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YTN 정직원인지 프리랜서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YTN 앵커가 하는 말은 곧 YTN의 말로 인식되는 것이다.

올해 2월 회사는 "변상욱 대기자의 지명도와 전문성이 YTN의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서 변상욱 앵커를 영입한다고 밝혔다.

"변상욱 기자 영입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는 오로지 YTN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차원에서 추진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변 앵커는 대기자로서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대신 한없이 가벼운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그 결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다른 쪽으로 지명도를 높이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YTN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자긍심은 땅에 떨어졌고,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도 함께 추락했다.

시너지는커녕 회사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깎아먹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좋은 보도로 신뢰를 얻기는 어려워도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비판 집회 참가자를 '수꼴'로 비하하는 앵커가 방송에서는 태연히 조국 관련 소식을 전한다면, 누가 그 뉴스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변상욱 앵커가 휴가를 마치고 당장 다음 주에 다시 진행자석에 앉았을 때 시청자들의 불신과 분노가 얼마나 누그러져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다.

회사는 변 앵커의 프로그램 하차를 포함해 실추된 YTN의 명예를 되찾을 방안을 하루속히 강구하라.

 

2019 8 26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다시 쓴 성명서)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을 진행하는 변상욱 앵커가 지난 24일 트위터에 게시한 글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변 앵커는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청년의 발언을 인용하며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 마이크를 잡게 되진 않았을 수도라고 비꼬았다.

잘못을 인지한 변 앵커는 해당 트윗을 삭제하고,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들의 박탈감에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변 앵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에 변 앵커는 이날 방송을 통해 사과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휴가를 내고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엄밀히 말해 SNS는 사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시각에서 변 앵커의 트윗이 사인(私人)’으로서 쓴 것인지 공인(公人)’으로서 쓴 것인지 구분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앵커의 자리가 그러하다.

또한 변 앵커가 YTN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와 함께 YTN에 근무하며 언론관을 공유해왔던 구성원들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YTN은 올해 2 변상욱 대기자의 지명도와 전문성을 전면에 내세워 침체되어 있는 YTN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변 대기자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의 통찰이 담긴 직설적 논평은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닿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실수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에 대해 변 앵커 본인 뿐 아니라 구성원들 모두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좋은 보도로 신뢰를 얻기는 어려워도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한가운데에 있는 지금, 변 앵커와 YTN 구성원들은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한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다짐한다.

 

2019 8 26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기자는 약자를 대변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들의 말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한낱 10년 차 기자도 아는 얘기를 대기자님께서 모르셨을 리가요.

본인이 기자가 되기 전에 겪었던 시절, 아무도 자기 말을 안 들어먹었을 시절을 생각하셨다면 그렇게 쉽게 끄적이실 수 있었을까요.

이미 본인은 사회에서 자리 잡은 영향력 있는 성인이라는 생각을 하셨다면요.

생활비가 없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사발면으로 하루 끼니를 때우던 때를 생각하면 저는 지금 청년 세대의 절망감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할 따름입니다.

저도 돌아보면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냥 기다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는 희망은 있던 세대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최소한의 미안함이 있었다면 그들에게 정치적인 나눔의 기준을 들이대고 부모를 운운하는 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사장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앵커에게 주어진 개인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앵커에게 필요한 건 사람에 대한 이해와 예의입니다.

그건 내가 대하는 사람이 누구이건 한결같은 잣대입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YTN 기자로서, 젊은 세대가 바라볼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럽습니다.

 

사회부 13기 김대근

 

 

(다시 쓴 성명서)

기자는 약자를 대변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들의 말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명제임에도 우리는 너무 쉽게 이러한 명제를 잊곤 합니다.

제가 기자가 되기 전, 아무도 제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시절을 떠올리니 미안함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우리 언론인들은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으니까요.

저도 생활비가 없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사발면으로 하루 끼니를 때우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현재 청년들은 더 큰 부담과 압박 속에 살고 있을 텐데 그들 목소리에 귀 기울지지 않았던 자신을 책망하게 됩니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기다리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세대입니다.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분투 중인 청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정치적인 나눔의 기준을 들이대고 부모를 언급했던 것은 분명 옳지 않은 실수였습니다.

YTN 구성원들에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언론인의 개인 표현의 자유가 어떤 의미인지 전사적으로 토의하고 공유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론인에게 필요한 건 사람에 대한 이해와 예의라는 점도 다시 각자의 마음속에 새겼으면 합니다.

이번 일로 인해 젊은 세대가 느꼈을 분노와 실망감, YTN 구성원들이 느낀 부끄러움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인이 대중에게 상처를 주고

많은 사람들이 애써 쌓아올리고 있는 조직의 신뢰도를 다시 떨어뜨린다면

그것은 실수와 이해의 영역을 넘어선 문제입니다.

기자생활이 무엇인지 온전히 깨닫기도 전에

마이크를 내려놓고 파업부터 동참해야 했던 후배들에게

왜 대선배의 실수까지 감당하라 말씀하십니까..

당장 저는 오늘 방송을 진행할 깜냥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진심과 최선은 매일 어디서 증발해 버리는지 자괴감이 듭니다.

회사의 대응이 너무나 소극적으로 느껴져서 우려스럽습니다.

 

13기 앵커팀 나연수

 

 

(다시 쓴 성명서)

대중에게 상처를 준 이번 사태에 대해

YTN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크나큰 책임을 느낍니다.

누구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대중이 받은 상처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YTN 구성원들은 언론 탄압에 맞서 투쟁했고

지금 정상화의 몇 걸음을 뗐습니다.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책임을 생각하면 오늘 카메라 앞에 앉을 저의 모습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진실과 최선은 늘 쉽게 증발해버립니다.

YTN 구성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