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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뺄셈정치

뺄셈의 정치를 거부한다+(3) 계파라 쓰고 ‘개파’로 읽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얼마나 큰 자리인지 체감할 수 없다. 다만 드라마 같은 대중 작품에서 고위직 판검사들이나 재벌 상층부에 속한 이들이 권력의 핵심으로 이동하기 위해 국회의원 출마하는 것을 보며 그 중요도를 가늠할 뿐이다. ‘국회의원의 최대 관심사는 자신의 재당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국회의원 본인들은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국민을 위한 중요성인지 자신을 위한 중요성인지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선거는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평가받는 절차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선택받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번 6·13지방선거 결과를 총선 결과로 치환해보면 자유한국당이 50~60석 정도를 차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실제로 총선 결과가 그러했다면 자유당은 지체 없이 정당해체를 선언했을 것이다. 철저하게 오염된 토양에서 벗어나 새 터에 다시 뿌리를 박고 부활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에 자유당 구성원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자유당이 내부에서 갈등을 벌이는 것은 역시 그 토양에 기대할 것이 있다는 뜻일 게다. 20% 정도의 지지율을 얻은 정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이 넘는 114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자유당 김무성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장성철씨가 지난 20144·13총선 공천의 뒷이야기를 담은 책을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재오, 유승민, 정두언, 조해진 등 박근혜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었던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라는 이른바 공천 살생부가 존재했다는 고발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른 이야기 안하고 말 잘 듣는 충성스러운 8~90명의 의원만 당선되면 좋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었다는 말이 당시 당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느 당보다 쉽게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새누리당이었다. 그런데 당 최고 실세 대통령이 자신과 거리가 있는 당내 정치인들의 공격이 두려워 총선 패배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장성철씨의 주장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무성 의원이 다시 당 중심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지개를 펼 즈음, ‘공교롭게도박 전 대통령 탄압의 피해자가 김무성 의원이라는 내용의 책이 출간된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결국 자유당 내부 계파 싸움은 아직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갈등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논리의 흐름은 이렇다. ‘촛불혁명 직후 국민의 선택을 받아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대통령의 덕이나 보고 있는 집권 여당, 그리고 당 내부에는 대통령과 친한 순서대로 (혹은 안 친한 순서대로) 친문, 비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미 계파를 세분화하기 시작했고 커질 대로 커진 민주당 내 파이를 계파들이 어떻게 나눌지 중계하는 식으로 보도하며 긴장감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환멸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넘어 무관심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또한 이런 접근은 정당 사이의 차이를 흐리게 하며 결국 그놈이 그놈이라는 문법을 강화한다.

  물론 같은 당 안에서도 비교적 가깝게 지내는 의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관심사도 다르고 활동하는 영역도 다르기 때문이다. 혹은 드물게 소원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내부에서 계파를 드러내고 갈등을 표면화하는 것은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국민들은 당의 패배를 무기 삼아 협박하며 계파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지난 총선과정에서 확인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당내 사쿠라를 솎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정당하고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당사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대립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며 누군가는 궁지에 몰릴 것이다. 그러면 언론과 타당 정치세력들이 미리 뿌려진 씨앗에 물도 주고 거름도 뿌릴 것이다. 마지 열린우리당의 말로가 재현되길 바라는 듯이.

  차라리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낫다. 그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가 역할을 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상상하도록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낫다. 오히려 이런 활동이 문제 있는 정치인의 설자리를 좁힐 것이다. 더불어 국민들의 이런 태도는 계파라는 표현을 입에 담는 것이 얼마나 후진 행태인지 여의도와 여의도 주변에 터 잡은 이들에게 각인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계파를 개 같은 파벌을 줄인 개파로 읽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