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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뺄셈정치

뺄셈의 정치를 거부한다+(2) 보수당이 심판받았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진영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당들이 이번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하는 말이 있다. ‘우리 당이 심판을 받은 것이지 보수주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흔히 이런 레토릭에서 보수 재건의 꿈을 읽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아주 잘못된 주장이고 해석이다. 우리 사회가 보수정당에 대한 심판을 아직 끝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묻고 있다. 권력에 잠식되어 국정농단을 일삼으며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을 탄생시킨 정당, 그 대통령의 성공이 지상 최대의 과제라고 강변했던 정당, 최순실이라는 실세의 존재를 애써 눈감았던 정당은 왜 대통령 탄핵과 함께 책임을 지지 않았냐고.

  자유당 내부에서 느끼기에 최대 악재는 정치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 기꺼이 알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201610월로 되돌아가보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등 측근의 비위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 24일 박 대통령은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박 대통령도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주장하며 국정운영 전반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왔던 터였기 때문이다. 같은 날 JTBC 뉴스룸의 최순실 테블릿PC’ 보도로 상황은 급반전했다. 이 대목에서 짚어야 할 것은 박 대통령의 승부수다. 만약 테블릿PC라는 스모킹건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를 그릴 수 있었을까. , 박 대통령이 개헌이라는 성벽을 쌓고, 여당인 새누리당의 엄호를 받으며 방어전에 나섰다면 언론과 야당들이 그 성벽 주변만 맴돌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가치 있는 것은 성벽이 막 쌓이기 시작할 즈음 성벽을 뚫고 이슈의 핵심으로 사회 구성원들을 소환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더라도 관심을 갖고 알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발가벗겨졌고 공격진영과 방어진영이 정신없이 뒤엉킨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론을 주장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 사태를 맞이할 경우 나라가 극도로 혼란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새누리당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요구는 대통령 탄핵으로 수렴했고 그 파장도 점차 넓고 거세게 퍼져나갔다. 국민 요구에 떠밀려 어렵사리 국회 본회의 표결이 결정됐고 찬성 234표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다. 반대표는 56표였다. 반대표가 모두 새누리당에서 나온 것이라 가정하면 새누리당 국회의원 128명 중 약 44% 정도는 탄핵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거나 탄핵이라는 절차 자체를 반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절대적인 비율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새누리당이 갈라졌음을 의미하는 공식 수치였다.

  새누리당 전체에 공히 책임을 물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최태민, 최순실 부녀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당내에서 모를 수 없다는 것은 당에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 핵심인사들 입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다. 대통령이 짊어질 법적 책임을 나눠지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이라도 나누겠다는 의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부인의 대상이었다. 잠시 30여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탈당해서 자칭 개혁보수신당바른정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이는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 속에 매몰되어 버렸다. 곧 바른정당 의원 대다수는 본가인 자유당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바른정당을 지켰던 사람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국민들의 눈에는 자유당이 망한 뒤 보수 지지층의 헤게모니를 주워먹고 싶어하는 정치꾼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노선 변화 없이 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웠을 따름이며 새누리당의 대안임을 강조했을 따름이다. 국민들의 인식 속에 두 당은 단지 분열했을 뿐인 것이다. 따라서 새누리당과 맥을 같이하는 자유당, 바른미래당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참혹한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자유당이 계파 간 숙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혁신과 책임정치라고 받아들일 국민이 몇이나 될까. 아마 자신들의 지지층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새롭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 당을 평정한다고 해도 그것 역시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아직 그네들의 민낯을 봤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총선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고 그네들 왼쪽 가슴에는 금색 배지가 빛나기 있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