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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뺄셈정치

[탈뺄셈정치(21)] 사실을 설명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설화 논란에 휩싸이며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홍익표, 설훈 의원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20대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받았던 교육이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이 큰 반발을 샀다. 반발이 심해지자 홍영표 원내대표가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익표 의원은 진의가 왜곡되어 전달됐다며 원내대표의 사과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견통일이 안 되는 모습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사소통의 실패라는 점을 두 의원은 인정해야 한다. 사실을 설명하는 방법이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짚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젊은 층의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사례는 많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절대시계를 기억할 것이다. 국정원에서 방공, 방첩 활동을 한 사람들에게 제공한 시계의 별칭이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월간조선의 20133월호 기사로 제목은 국정원이 준다는 절대 시계를 아시나요. 해당 기사는 10대들의 절대시계사랑은 각별하다며 그들은 절대시계를 얻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전한다. ‘절대시계를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국가보안법 7조 위반에 해당하는 게시물을 많이신고할수록 절대시계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절대시계는 국정원 안보전시관에서도 판매하지만 방공, 방첩활동을 통해 받는 시계에만 일련번호가 부여돼 가치가 더 높다는 깨알 설명도 덧붙여졌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 덕분에 이적활동 건수가 줄고 있다는 치하도 잊지 않았다. 청소년들은 절대시계를 얻기 위해 파밍을 했던 것이고 국정원은 그런 애국청소년들을 파밍했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은 안보교육에도 적극적이었다. 2013년 한겨레와 한겨레21의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일간베스트 회원 등 인터넷 누리꾼들에 대한 안보교육을 실시했다. 일베 게시판에 초청장을 받았다는 인증짤이 올라왔고 일부 유저는 원세훈 국정원장 명의의 표창장을 인증하기도 했단다.

  이듬해인 2014년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와 일베 등 극우 네티즌이 주축이 된 이른바 세월호 폭식투쟁에도 박근혜 정부와 재벌, 경제계의 지원이 있었다는 내용이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MBC ‘스트레이트는 박근혜 청와대와 전경련을 연결한 것이 삼성이고 전경련은 2014년 한해 어버이연합에만 4억원 가량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당 방송에서는 극우 보수 단체들이 세월호를 폄훼하고 유가족을 모욕하는 활동에 나설 때마다 거액을 송금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만 그쳤던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나서기도 했다. 극우 보수진영의 역사전쟁은 이명박 정권 때인 2008년 극우 성향의 역사학자들이 소위 대안교과서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들의 역사수정주의는 대안교과서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로 또 국정 역사교과서로 발전해나갔다. 이런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젊은이들에게 편향된 이념, 사관을 심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 근거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의원과 설 의원의 발언에 문제를 삼을 수 있다.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말이다. 우선 그들의 발언은 20대 일반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다. 물론 20대 남성이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는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여당 주요 정치인들이 20대 일반을 구분 짓는다면 결과적으로 스스로 지지세 확장성을 죽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만약 ‘20대 남성의 보수성향 강화는 아주 복잡한 원인을 가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20대 남성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노록하겠다정도의 발언이었다면 이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나열했던 것처럼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불순한 행태를 지적하고자 했다면 그것에 국한해 파고들어야 옳았을 것이다.

  흔히 정치인은 말로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한다. 말로 힘을 얻는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어느 한 세대를 문제 그룹으로 지적만 하고 그것에 대한 해법이나 고민이 담기지 않는다면 무책임하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구미시장도 민주당에서 배출시키는 시대다. 20대 마음을 얻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20대의 마음을 얻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 오히려 그들과 거리감을 두는 언행은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