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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뺄셈정치

[탈뺄셈정치(18)] ‘궁찾사’, 그리고 이재명



 

  이재명 경기지사(이하 이 지사)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보름 가량 남아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내달 13일 이전까지 수사를 마무리 짓고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그렇지만 트위터 아이디 ‘08__hkkim’ 계정주 논란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고발대리인으로 참여했던 이정렬 변호사(이하 이 변호사)가 사건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비친 것은 결국 논란의 마무리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변호사는 계정주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확실하다고 공언했다. 그는 스모킹건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계정주 특정이 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계정을 여러 명이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밝히며 조금은 달라진 분위기를 나타냈다. 특히 여럿이서 썼을 것 같은데 그 안에 김 씨가 포함될 수도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라는 이 변호사 발언은 사건의 현재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이 말은 김혜경 씨가 문제의 트윗을 직접 작성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지사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법적으로 더 해볼 수 있는 일은 이제 별로 없다는 것이다.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결과는 뜨뜻미지근할 것이다. 진실의 향방은 결국 사회구성원들 나름의 판단에 맡겨질 것이다.

  어떤 연유 때문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최근 그의 정체성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이 변호사는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보이스피싱에 관한 재판을 수도 없이 해 본 경험에 의하면, 혜경궁 김씨 계정주는 김혜경 여사이고, 그 주된 운용자는 이재명 예비후보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생각해 왔습니다라 밝히며 이 지사를 내부의 적으로 묘사했다. 이 지사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체 모를 트위터리언들의 목소리에 호응하며 이 지사에 대한 공격 메시지를 확산시켜왔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사건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궁찾사(혜경궁김씨를찾는사람들)의 대표가 조정(분쟁조정신청) 언급을 한 것을 두고 신뢰관계가 깨졌으니 더 이상 사건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궁찾사 내부의 일은 잘 알지 못한다며 그들과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 트윗을 남긴다. 스스로를 한낱 법적 고발대리인 지위로 격하시킨 것이다. 그는 개인 지위에서 활동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간 보여왔던 결기와 책임감에 비춰볼 때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 지사와 이 변호사 모두 큰 부담을 지게 될 테지만, 가장 큰 부담은 집권여당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검찰이 기소를 할지 여부도 확실치 않지만 기소를 하더라도 그 결과는 뜨뜻미지근할 것이다. 이 지사를 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이재명 유죄혹은 권력의 외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반면 이 지사의 지지자, 그리고 배타적 지지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은 그 결과를 불필요한 갈등’, ‘지지층 갈라치기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 당은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 이미 지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탈당이슈의 폭발력을 확인했다. 주요 정치일정의 길목마다 이 지사는 끊임없이 소환되어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을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법적 다툼이 갈등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니라 갈등의 연장, 더 나아가 갈등을 불씨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문제다. 별풍선은 보수지와 인터넷언론이 받을 것이며, 팝콘은 야권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먹을 것이다.

  궁찾사 관련 트위터들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관련 자료들이 자주 보인다. 아마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내부적으로도 여러 공격을 받아왔다는 점을 의식해 올린 트윗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 내건 행위들을 보며 문 대통령은 과연 기쁠까. 아니, 과연 문 대통령에게 그들의 행동이 도움이 될까. 이것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촛불혁명 이후 나라가 한 발 한 발 변화의 걸음을 내딛는 와중에 변화의 동력이 될 에너지를 하찮은 데 허비하는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는 이 지사의 정치적 체급을 키워주는 것은 민주당 내부가 아니라, 저 먼 외부 어딘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친다. 우연이라고 믿고 싶지만 궁찾사의 활동은 역설적으로 이 지사의 정치적 체급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