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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뺄셈정치

뺄셈의 정치를 거부한다+(6) 진보언론에게 보내는 편지



  언론을 믿을 것인가. 우리 사회가 한번 쯤 깊이 고민해봐야 할 주제다. 출퇴근 시간 같이 잠시 짬이 생길 때마다 손 안의 작은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요즘 언론사 콘텐트 소비 행태다. 만약 언론사들이 제반 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도행위를 한다면, 즉 불완전한 보도를 내놓는다면 우리는 왜곡된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언론사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보도물이든 합리적인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들이 국내 경제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있다. 주로 현 정부의 실력에 의문부호를 다는 식의 기사들이 눈에 띈다. 소위 보수지로 분류되는 언론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고통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어떻게 보면 단편적인 현상을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갑에 대한 고려는 쏙 빼고 을과 을에게 고용된 병 사이의 문제로 한정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는 악질적 보도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같이 연대할 수 있는 대상 사이에 갈등 전선을 형성시킴과 동시에 이 두 대상이 각기 비난 받도록 만듦으로써 진영의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효과도 나타난다.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언론들도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측면에서 비판 받을 지점이 분명히 있다. 많은 경우 진보언론도 사실 전달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사를 생산한다. 그런데 분석과 가치판단이 결여된 기사의 경우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지난 12일 경향신문의 정환보 기자 메일로 길지 않은 편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정환보 경향신문 기자님.

  "문 정부 2년차, 경제·노동 정책 우클릭에 지지층 분화 조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의문이 생겨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최근 지방선거 이후 경제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특히 보수지, 경제지에서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 보도는 공통적으로 '초단기 경제지표'에 목을 매고 있다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여 기간 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 기조에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처음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올해 반환점을 막 돈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규제개혁이라는 단어에 반응해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변화했다고 규정한 기자님의 지적은 다소 과도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정부가 소득양극화 완화, 경제민주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기사의 진영논리입니다. 먼저 어떤 식으로든 불편부당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주장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사도 논지를 더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범진보, 진보진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범진보, 진보진영, 국민이라는 표현은 실체를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범진보가 분열한다'라는 주장에서 남는 것은 '분열'이라는 이미지 뿐이고 실체가 없는 범진보라는 대상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영내 합의 필요성을 언급한 마지막 문단은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사의 주된 내용은 정부 정책에 관해 지지층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뜬금없는 마무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단순히 정보전달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통해 어떠한 의미를 발생시키지 못한다면 '기록하는 자'에게나 '읽는 자'에게 모두 시간낭비가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어떤 주장을 나열하기 보다는 양측의 논박을 집요하게 좇는다거나 제3의 주장을 찾아나서는 등의 기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소위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언론의 기사를 보면 2000년대 초반 기사들과 무엇이 다른지 그 차이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정 언론들이 특정한 목적성을 띄고 기사를 쏟아낸다면 진보언론들은 그들과 차별화된 비판에만 초점을 맞춘 모양새입니다. '진보언론'임을 자임한다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과거 보수언론이 세다고 했던 것은 그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좋은 방향으로든 안 좋은 방향으로든 입법-사법-행정-언론-시민사회가 상호 호응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진보언론은 실질적으로 그런 역할을 해본 기억이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관성적으로 권력에 대한 비판, 견제에만 몰두해온 모습만이 떠오른다. 사회 변화에 대한 기대 없는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뿐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보도 태도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언론사라는 그 존재만으로 가치를 보장 받기에 지금 국내 언론은 과도하게 많지 않은가.

  만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보낸 메일은 읽지않음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읽지 않은 것인지 읽었는데 반영이 안 되도록 설정이 돼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찌됐든 일방적인 편지에 응답하고 안 하고는 정환보 기자 개인의 판단이므로 존중한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들을 설득시킬 의지가 없다면 오히려 사회 구성원들이 존재 이유를 묻게 될 것이라는 점은 건강한 진보언론들이 인식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정환보 기자의 기사 문 정부 2년차, 경제·노동 정책 우클릭에 지지층 분화 조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112232005&code=910100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