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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100분 토론]의 법치 세우기

[100분 토론]의 법치 세우기

- 왜 사형제 카드를 꺼내 들었는가?

 

 

  제작년이었을 것이다. 한예종 전규찬 교수는 MBC를 까는 이유에 대해 ‘기대’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공중파 3사 중에서 그나마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방송사가 MBC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 네티즌들은 MBC를 ‘엠빙신’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 방송사 중에서 가장 신뢰를 받았던 MBC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인가?

  손석희 교수가 진행을 그만 둔 이후 <100분 토론>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손석희 교수가 <100분 토론>에서 하차할 당시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도 있었다. 사측에서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내부 인력을 쓰겠다는 이유를 들이댔지만 손석희 교수의 아우라를 대체할 만한 인력이 MBC에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3대 사회자 손석희 교수 이후 약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3번의 사회자 교체가 있었다. 4대에서 6대까지의 사회자, 권재홍, 박광온, 황헌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여 동안 사회자 자리에 있었다. 잦은 사회자 교체는 손석희 교수의 하차 이유를 논외로 하고서라도 MBC가 그의 빈자리를 의식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작년은 20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선거의 해였다.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것을 기대하며 MB 정부의 언론 탄압, 언론 장악에 저항한 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항한 측에서 원했던 바람이 속 시원히 이루어진 방송사는 없었다. 새누리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연속적으로 승리를 한 상황에서 이들은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2013년을 맞이하며 <100분 토론>에서 다룬 주제는 ‘박근혜 정부, '국민대통합' 어떻게’, 와 ‘사형(死刑), 그 끊이지 않는 논란’이다. 필자는 가장 최근 주제인 ‘사형(死刑), 그 끊이지 않는 논란’을 보며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우선 왜 ‘사형’이라는 주제를 끌고 들어왔나? 지난해 언론사들이 다룬 주제는 대부분 정치와 선거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그렇다면 사회문제를 다룰만한 여력이 되지 않았기에 지금이라도 다루겠다는 것인가? 하필이면 왜 ‘사형’인가? 노동자 문제를 대표하는 쌍용차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고 아이들의 학업 압박이 유치원까지 내려간 문제도 있다. 정치적으로도 헌법재판소장이나 총리 인선에 관한 문제도 핫이슈 아닌가? ‘사형’은 굉장히 추상적인 이미지일 수 있다. 형벌로서 구체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 같지만 ‘사형’은 공포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그것도 국민이 국가 권력으로부터 느껴야 하는 공포 말이다. MBC가 이런 주제를 다뤘다는 것 자체가, 즉 ‘사형’이라는 키워드를 공중파 방송에 등장시켰다는 것 자체가 대중을 자극하는 것이다.

  보수를 대표하는 토론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전원책 변호사는 대중적 스타다. 사안마다 계파의 논리보다 자신만의 철학을 관철시키는 그의 모습에 대중은 자신이 보수냐 진보냐 할 것 없이 호감을 가졌다. 이 말에 동의를 하지 않을지라도 그의 말 속에 사람들을 끄는 요소가 있었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전원책 변호사를 보며 조금씩 느끼기는 했지만 이번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 나에게 있었던 그의 이미지를 깨기에 충분했다. 두 가지 발언이 있었다. 하나는 ‘사형수는 인권이 없다. 그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다.’라는 발언이고 다른 하나는 범행 과정에 대한 상세한 묘사다.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인권을 갖는 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의 대우명제는 인권을 갖지 않는 자는 국민이 아니라는 것이 되고 사형수는 인권이 없기 때문에 국민이 아니게 된다. 물론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사형수라고 해서 모든 인권을 박탈해야 할 것인가? 그것이 우리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문제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론적으로 인간이 인간의 인권을 모두 박탈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오만임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인륜적 흉악범의 범행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감정에 호소한 것일 뿐이다. 그저 그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형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참혹한 범죄 현장은 각종 언론을 통해 시각적, 청각적으로 계속 접했던 내용이다. 이것을 굳이 다시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것도 <100분 토론>에서 말이다.

  이날 프로그램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 바로 피해자 가족의 인터뷰를 중간에 넣었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그 내용보다는 그의 음성을 듣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힘없이 내리깔린 목소리는 그의 고통을 잘 표현하고 있다. 흉악한 범죄자들 때문에 죄 없는 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사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후에 포함된 사형수 교화 봉사자와의 인터뷰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단지 앞서 배치되었던 피해자 가족 인터뷰에 대한 균형을 맞추겠다는 계산이었을 뿐이다.

  필자는 사형폐지론자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형’이라는 것 자체다. 사형제는 개인에 대한 국가의 최대한의 제재를 말하는 제도가 아닌가. 앞으로의 5년은 지난 MB정권 때보다 더 ‘빡쎈’ 시간이 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자가 계속해서 이야기 했던 ‘줄푸세’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예측할 수는 없으나 법치를 강조할 것은 예상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을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법도 사회가 합의하고 약속한 결과물인데 대중들도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냐는 요구가 가능한 것이다.

  MB정부가 남긴 교훈은 ‘일벌백계가 통하더라.’다. 헛소리하면 잡가갈 수 있다는 공포심을 대중들의 뇌리에 시나브로 심어놓은 것이다. 언론들도 입막음하는 판국에 대중들은 오죽할까. 다가올 박근혜 정부에서는 법치를 이용해서 정치 잘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중들도 행복한 대통령을 원한다. 대중들과 법치로 소통하지 마시고 대화로 소통해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