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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유승희 최고의 노래에서 <마더> 김혜자 선생의 춤이 떠오른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이 지난 5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주승용정청래 두 최고위원의 설전 끝에 주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사퇴를 약속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뒤에 나온 이 모습은 묘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곡명은 봄날은 간다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김혜자 선생이 춤을 추는 모습은 두 번 등장한다. 오프닝에서 영문 모를 춤사위의 의미를 영화 종반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봉 감독이 이런 구조를 선택한 것은 춤사위에 영화 전체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다. 영화 속에서 사건의 전개 순서상 춤은 모든 상황이 종결된 이후에 등장한다. 극중 김혜자 선생은 아들이 살인을 범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아들이 범인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고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까지 저질러버린 고통이 그녀를 짓누르는 순간인 것이다. 결국 춤사위는 절망에 찬 인간의 감정을 담아낸 영화적 표현이기도 하다.

  마치 의도한 듯한 이날의 모습은 <마더>의 오마주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유 최고위원은 이날 준비한 원고를 읽어나간 것으로 보이고 이후 논란이 된 행동에 대해 사과도 한 만큼 특정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또한 이날 주정 최고위원의 충돌을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인 만큼 유 최고위원이 영화 속 김혜자 선생의 감정을 느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의 모습과 <마더>의 춤사위가 겹쳐지는 것은 제1야당의 위태로운 상황 때문일 것이다. 계파갈등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차가워진 그 공간에서 준비된 노래를 부르는 그 뚝심이란.



[팩트TV] 유승희, 최고위원회의 도중 '봄날은간다' 노래

 


Mother - Opening Sequ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