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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MC몽이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기 위한 조건





  MC몽의 잘못은 명확하다. 우선 편법입영연기에 대해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됐다. 병역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치과 치료과정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겨레 : MC몽은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욕을 먹을까요?) 병역 회피 논란이 일었을 때 확실히 털지 못했던 의혹을 그대로 안고 돌아온 그의 새 앨범의 타이틀은 “Miss me or Dis me”였다. 그의 호기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디스(Dis)를 선택했다. 하지만 MC몽에 대한 대중의 집중 포화는 조금 불편하다. 과거 마약이나 도박, 음주운전을 했던 연예인들의 복귀 때보다 그 비난의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일종의 괘씸죄에 걸린 모습이다. 그런데 만약 그가 스스로 정한 자숙 기간 동안 병역 의무를 마쳤다면 대중의 반응은 지금과 달랐을까?’라는 궁금증을 떨칠 수 없다.

  한국인, 특히 한국 남성들에게 군대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칠순 할아버지도 입대하는 악몽을 꾼다는 농담도 있는 걸 보면 군대가 각인하는 이미지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보통의 우리나라 남성들은 때가 되면 개인의 자유를 상당부분 제한하는 통제된 사회에 편입된다. 피하기 어렵고 즐기기는 더욱 어려운 곳, 군대라는 사회 말이다. 군복무는 나라를 위한 신성한 의무라고 치켜세워지고 있기에 공인과 그 자녀에 대한 병역 특혜는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도 본인과 자녀의 군 면제 사안이지 않나.

  이와 함께 우리나라 연예인이 갖는 위상의 독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구조가 가장 확고하게 자리 잡은 연예계이기에 소위 유명 연예인은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안티팬을 적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명 연예인들은 소신발언을 꺼린다. 논쟁적 이슈에 대한 소신발언에 뒤따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념적 성격이 강한 이슈에 대해 소신을 내보이면 절반의 대중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원리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들은 모호한 중립지대에 위치하며 대중의 기쁨을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어느 누구도 연예인을 공인라고 지정한 적 없지만 대중은 미디어의 순기능에 한 역할을 하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느끼곤 한다. 또한 언급한대로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은 절대적인 이득을 취하기 때문에 특권을 받는 계층이 된다. 이득을 취하는 연결고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대중의 호응이라는 점도 정치인과 비슷하다.

  중요한 점은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맥락 위에 연예인들이 위치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MC몽이 공인인지 아닌지를 가지고 논한다고 해서 대중의 분이 풀리는 것이 아니다.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방법은 어떤 방식으로든 병역의 의무를 지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상 병역 문제를 덮어 둔 채 대중의 비난을 피할 길은 없다는 말이다. 이런면에서 MC몽의 컴백과 함께 음원 순위 사이트에서 '멸공의 횃불'이 1위를 차지한 것은 그의 치부를 건드리려는 대중의 폭력성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주장처럼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며 병역 문제와 연예 활동을 연결 지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잘 와 닿지 않는다. 연예인 스스로도 대중이 자신을 공인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구조에 암묵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미디어 속 연예인은 선하고 중립적으로 비춰졌고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공인의 잣대가 적용되는 것이 불편하다면 선택해야 한다. 공인의 이미지를 지킬 것인지 자유롭게 소신을 드러내는 예술가가 될 것인지를 말이다. 물론 이러한 포지셔닝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 전에 하는 것이 옳다. 공인으로서의 혜택은 혜택대로 받고 뒤에 딴소리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