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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포인트

[첵포] “유감입니다”

 

  지난주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을 아이템으로 다뤘습니다.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기자와 KBS 시스템 전반의 능력 부족이었다는 내용이었죠. 더불어 대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의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저리톡 방송 이후 KBS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표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 대담 방송' 비판 '저널리즘J', KBS 부글부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사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KBS A기자가 자사 사내 게시판에 유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저리톡 방송분에 대해 반박하고 비판했다는 겁니다. A기자 뿐 아니라 다른 기자들도 A기자의 글에 동의하는 댓글을 달거나 나도 유감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불만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정준희 교수가 지난 저리톡 방송분에서 지적대로 KBS 기자들은 송 기자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반응들을 접하며 떠오르는 포인트 몇 가지를 정리합니다.

 

1) 다층적 불만

  2주년 대담은 지난 9일 있었고, 저리톡은 그 다음주 수요일인 15일 녹화됐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보낸 비판과 비난의 후폭풍이 한 차례 지나가고 난 이후죠. KBS 내부적으로도 대담과 그 반응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갔을 겁니다. 저리톡 방송분에도 나옵니다만, 기자직군에 종사하고 있는 언론계 사람들은 질문을 하는 행위에 한해서는 성역이 없어야 하고 그 행위를 비판 혹은 비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교과서적 태도죠. 이러한 태도는 김경래 기자나 이광용 아나운서 등을 통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한 차례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저리톡이 방송되며 비판 여론이 다시 들끓었습니다. 이번 사내 게시판 글은 기자들이 대담 직후 비판 여론을 맞닥뜨리고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리톡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시민들의 비판도 수긍하기 힘들다는 중의적 태도로 읽어야 할 겁니다. 불만의 기저에는 기자가 눈치 보면서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냐는 인식이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눈치 본 적 없습니까? 그리고 지금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눈치보고 있지 않습니까? 유감입니다.

 

2) 나는 KBS
  김경래 기자나 이광용 아나운서 같이 송 기자와 친분이 있는 언론인 뿐 아니라, 언론계 많은 종사자들은 송 기자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송 기자가 이렇도록 비판과 비난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부터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는 것이 정상적인 언론 환경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2016년 촛불혁명에서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고 2019년 언론인들은 질문할 수 있는 게 언론이다라고 답하는 형국이죠. 이러한 언론인들의 합리화 속에는 위기감이 뒤섞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위 메이저 언론이라는 브랜드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지난해 조선일보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 있었다고 하죠. 고 노회찬 의원 사망 소식을 전하는 기사 옆에 청룡기 우승 사진을 넣은 것을 조선일보 A기자가 비판하자 B기자가 반박했습니다. B기자는 조선일보 기자여서 그나마 인간 취급 받고 사람들이 고개 숙이고 밥 얻어먹고 다녔다.”며 조선일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B기자에게 기자로서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절대적일지 모를 그 이유는 자신이 조선일보 소속이라는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KBS와 조선일보를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 촛불혁명 당시 집회 현장에서 쫓겨난 것은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수구보수 언론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모두 기억합니다. 공영방송인 KBSMBC 역시 시민들의 지탄 대상이었고 현장에서 시민들의 저항을 받았습니다. 카메라와 마이크에 달린 자사 로고를 떼고 리포트를 하는 수모를 겪었던 방송사도 있었죠. 촛불혁명 이후 2년 여 시간이 흘렀습니다. 방송사들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되뇌어 봅니다. 전면에 나선 앵커들과 기자들이 바뀌었고 보도의 톤도 조금 바뀐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은 KBS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보도 역시 틀이 정해져 있고 비워진 괄호에 들어갈 내용만 바꾸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이슈를 바라보고, 판단하고, 해설하는 방식에 있어 과거의 관성적 행태에는 변화가 없다는 겁니다. 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은 과거의 영광을 과감하게 잊고 새롭게 출발하는 KBS를 원합니다. 모호한 거리두기, 산술적 중립에서 벗어나길 원합니다. KBS가 파업했을 당시 노조에서 제작했던 콘텐트 이름이 ‘Reset KBS’ 아니었던가요. 참으로 유감입니다.

 

 

 

(관련자료)

오마이뉴스 - '대통령 대담 방송' 비판 '저널리즘J', KBS 부글부글?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538661

미디어오늘 - 조선일보라서 밥 얻어먹고 다닌다는 기자들에게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3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