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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포인트

[첵포]손혜원, 부친 국가유공자 선정에 압력?



  오늘(21) JTBC 뉴스룸의 보도가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해 2월 손혜원 의원이 국회를 방문한 피우진 보훈처장을 만나 아버지인 고 손용우 선생의 국가유공자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 보도였죠. 이와 관련해 알려진 사실관계만 정리해보죠.


- 1940년 당시 손용우 선생은 일본 패전 선전, 동아일보, 조선일보 폐간 부당 성토하다 체포돼 16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 손용우 선생은 여운형 선생의 비서, 조선공산당 청년당원 이력이 있다.

- 손용우 선생 생전 4차례(1982, 1985, 1989, 1991), 사후 2차례(2004, 2007) 보훈신청을 했지만 사회주의단체 활동 이력 때문에 탈락했다.

- 20182월 손 의원은 국회에서 피 처장을 만나 부친의 독립운동 관련 이야기를 했다.

- 그해 4월 보훈처가 보훈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심사기준을 변경했다.

- 그해 광복절 손용우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이 수여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자로서 일정한 심증을 가질 만 합니다.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러나 이러한 심증으로 인한 보도가 사회구성원들을 설득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보도에서 짚어봐야 할 체크포인트를 몇 가지 확인해보겠습니다.

 

1) 성의도, 책임감도 없다

  SBS 8뉴스의 끝까지판다팀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것은 사안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결여됐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끝까지판다팀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죠. 그런데 이날 뉴스룸의 보도 역시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끝까지판다팀의 헛발질보다 질 낮은 보도라고 평가해야 합니다. 이날 보도는 미리 준비된 리포트 한 꼭지에 취재기자 대담이 이어졌습니다. 임소라 기자였죠. 리포트에서는 손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논조를 이어가다가 앵커와의 대담에서 민감한 사기에 논의했다는 것 자체로도 손 의원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습니다. 무책임의 전형입니다. 리포트 말미에 익명의 국회 관계자의 지적이 등장합니다. 국회 관계자의 전언이 취재의 마무리가 아니길 기대합니다. 특정인에 대한 의혹 보도는 기자가 갖게 된 심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 가치판단이 결여됐다

  임 기자의 문제의식은 국가유공자 선정 과정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이것대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합니다. 그러자면 손 의원 측이나 보훈처 내부고발자가 등장하는 등 명확한 증거나 근거가 필요할 겁니다. 손 의원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 계속 평행선만 긋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더 기본적인 가치판단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고 손용우 선생이 국가유공자 자격을 갖췄는지 따져보는 것입니다. 만약 국가유공자 자격을 부여할 여지가 있었다면 손 의원이 굳이 영향력을 행사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고 손용우 선생이 국가유공자로 선정되면서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았는지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손용우 선생이 선정됨으로써 다른 탈락자가 발생했다면 과정상 문제를 지적할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SBS 논조에 힘을 더하다

  손 의원이 SBS ‘끝까지판다팀 보도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정치인과 언론의 대결구도가 형성됐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 손 의원의 선택을 기존 정치권 문법과 다르다고 평가하죠. 손 의원이 이렇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재선 의사가 없다는 것 뿐 아니라 국민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SBS ‘끝까지판다팀은 국민적 저항에 놀라 차명 투기의혹에서 이해충돌 방지 위반의혹으로 논조를 바꿨습니다. 다수 언론들도 이런 논조를 따르고 있죠. 손 의원과 SBS의 대립은 비단 한 명의 정치인과 대형 언론사의 갈등이 아니라 전통적 매스미디어와 시민사회의 대립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정치인과 언론사는 국민의 신뢰를 존재 이유로 하는 만큼 여론의 향방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될 겁니다.

  이런 구도 속에서 21JTBC 보도는 사실상 SBS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봐야 합니다. 손용우 선생에 대한 리포트 앞에 손 의원과 관련된 리포트 두 꼭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목포 현지 여론을 전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예산 배정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활동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앞 리포트에서는 목포 현지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며 양비론을 택했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는 손 의원의 경우처럼 공익사익이 혼재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문제라면서 손 의원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국가유공자 영향력 행사 의혹 보도에서도 역시 이해충돌방지 위반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JTBC, 중앙일보 등 중앙그룹 인사이동이 있었습니다. 당시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JTBC 대표이사로 발령 소식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죠. 당시 언론에서는 손 대표가 JTBC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손 대표의 직위가 상승하면서 권한이 확대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도에 한정해서는 꼭 그렇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직제상 일선 기자들과 거리는 더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대형 방송사의 보도는 일선 취재기자로부터 많은 데스킹과정을 거쳐 전파를 타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인사로 인해 손 대표가 취재 방향 설정과 보도 구성에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오늘(21)과 같은 보도가 지난해 11월 인사이동의 파급효과가 아니길 바랍니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손석희의 얼굴이 아니라 손석희의 저널리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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