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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뺄셈정치

[탈뺄셈정치(10)] 전해철의 의중은 무엇인가



  ‘친문핵심 전해철, 김진표 지지 공개 선언이 소식은 민주당 대표 선거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것 같다. 무더웠지만 잔잔했던 주말 오후를 뒤흔들었다. 사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내 인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4일 노컷뉴스 기사 “'이해찬-김경수', '김진표-전해철'친문도 분화에서 이런 움직임을 조명했다. 요약하면 이해찬 후보가 김경수 도지사를 만나 밥을 먹은 것, 전해철 의원이 평소 가깝던 김진표 후보 출마준비를 도운 것 모두가 친문 진영의 분화 조짐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 후보를 돕는 쪽은 과거 친노진영이고 김 후보를 돕는 쪽은 정세균 계, 일부 비문 의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지그룹 없이 당대표 컷오프를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중요한 것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이 더 강하고 건강해질 것인지, 분열의 전조만 확인할 것인지 여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전해철 의원이 사실상김 후보를 지지한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다. 일단 전해철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은 당헌, 당규 위반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당규 당대표및최고위원선출규정’ 33(금지하는 선거운동 행위) 11에 따르면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이 공개적이면서 집단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 반대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진표 의원 언급하지 않았고 다만 기자 개개인에게 김 후보 지지를 암시하는 답변을 해주었다. 이것을 공개적인 지지로 해석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데 여기에 더해 집단적움직임이 아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당규가 금지하는 것은 공개적이며 동시에 집단적지지, 반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 44(선거운동) 1을 보면 을 보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 의원이 페이스북 게시글과 기자 인터뷰를 통해 김 후보 지지를 암시한 것은 적법했을 수 있다.

  허나 전 의원의 이런 행동으로 인해 특정한 구도가 형성됐다는 점이 문제다. 이해찬 후보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라는 공격을 받았다. 그런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전 의원이 사실상김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문심이 김 후보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이것은 지난번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이 허락해야 당대표에 출마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문심 논란을 일으켰던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 언론에 의해 ‘3로 규정지어진(규정지어진, 규정지어진) 양정철, 이호철은 전당대회 중립입장을 유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전해철 의원은 현역의원이 무조건 중립을 선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전해철 의원이 지지한 후보는 대통령과 잘 지낼 수 있는 후보, 그 외 후보는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로 분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전당대회 이후도 문제다. 전 의원의 바람대로 김 후보가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김 후보가 컷오프 직후 언급했던 이재명 도지사 자진 탈당여론이 더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수사를 통해 의혹과 밀접한 스모킹건이 제시됐거나 재판 결과가 나온 뒤라면 문제해결이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지금과 같이 의혹만 제시된 상황이라면 문제해결이 아주 어려울 것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안희정 전 지사, 서영교 의원 건과 이재명 건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안희정 지사는 언론보도 직후 스스로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현재 성폭행이 아닌 내연관계였다고 주장한다. 서영교 의원은 가족을 의원실에 채용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사과했고 당의 심판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진 탈당했다. 하지만 이재명 도지사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재명을 둘러싸고 찢빠 vs 극문똥파리라는 이전투구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 후보가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주요 사안에 대해 청와대와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당대표 입에서 나올 때마다 언론은 갈등설을 증폭시킬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가 당내 주요인사 입에서 당청 불협화음, 어제 오늘 일 아니야라는 식의 발언이 나온다면 당은 급속도로 혼란에 빠질 것이다. 또 이재명 문제가 세간에 오르내릴 때마다 당대표는 이재명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때로는 이재명을 감싸는 것 아니냐는 공격도 받을 것이다. 그것도 당원, 지지자들로부터.

  전 의원의 이번 행보는 섬세함과 배려가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인사가 당대표에 오르길 바라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항상 선택하고 발언한다. 그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전당대회 이후 당의 모습을 조금 더 고려했다면 이런 방식의 지지선언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전 의원은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전당대회가 문재인 정부 성공과 촛불민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민주당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정당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공론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의 주된 내용은 특정 후보에 대한 우려와 특정 후보의 강점 홍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당선된다면 촛불정부의 성공이 담보될 것인지 의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