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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뭐래] 유은혜 지명은 문재인의 갈라치기라고?



  전여옥씨가 유은혜 의원 교육부장관 지명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썼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극히 악의적입니다. 맥락은 다 걷어내고 표피적인 내용에만 천착한 질 낮은 글입니다. 대통령의 취임사 구절을 인용한 것하며, 비정규직이 으로 들어온 것이라는 규정하며, 유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과 매우 유사합니다. 페이스북 글은 전여옥씨가 청원글을 보고 쓴 것이니 그러려니 합시다. 그럼에도 전여옥씨의 글에 주목한 것은 유은혜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격이 어떤 성격인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전여옥씨는 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문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1차 목표인 것으로 보입니다. 전여옥씨는 말미에 글의 목적을 드러냅니다. “겉보기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여성표를 다시 끌어오려는 시도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진짜는 그 속내-매우 견고하고 치밀한 목적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즉 교육계의 적폐청산-기득권 몰아내기입니다. 졸지에 정규직 교사는 비정규직의 눈으로 기득권세력, 교장교감선생님은 행정직원의 눈으로 볼 때 기득권인 거죠. 을과 을의 전선이 형성되는 겁니다.” 전여옥씨의 주장을 간단하게 풀자면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계 내부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유은혜 후보자를 꽂았다는 겁니다. 유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교육계 반발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에게 왜 이런 인사를 지명했냐고 성토하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전여옥씨가 콕 짚은 유은혜 의원 대표발의 법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은혜 의원은 20161128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하 교육공무직법)을 대표발의합니다. 그러나 그해 1217일 발의를 자진 철회합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교총과 교사 지망생들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것인데 더 본질적인 것은 이 법안이 정유라법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기 때문입니다. 201612월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으로 정국이 극도로 혼란했던 시기입니다. 직전에는 이화여대 등에서 정유라 특혜에 관한 시위가 있었죠. 교육공무직법은 정유라법이라는 프레이밍에 갇혀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됐고 결국 유 의원이 자진 철회하게 된 것이죠.

  법안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요.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 즉 교사부터 급식실 조리사, 경비원까지 14만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해주자는 내용입니다.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교육공무직원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해서 이들의 기본적인 직무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내용입니다. 교총과 교사 지망생들이 거부감을 보인 지점은 기간제 교사 등 상시, 지속적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교사들은 가급적 무기계약하라는 내용입니다. 또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법령에 따른 교사자격을 갖춘 직원은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부칙조항도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그 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비정규직 교사를 탄력적으로 고용, 해고했었습니다. 경영효율화라는 명목으로 필요에 따라 쓰고 금방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꺾기가 실제 실행됐죠. 그나마 처우도 열악합니다. 학생들에게 빗자루로 폭행을 당한 기간제 교사 뉴스를 기억하시는지요. 이런 일을 당해도 기간제 교사는 문제제기를 할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을 거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이 뉴스가 된 것은 학생이 장난으로 영상을 찍어 온라인에 공개하면서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학생들도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가 다르다는 걸 안다는 겁니다. ‘이 사람들은 이런 일 당해도 뭐라고 못해라는 생각이 있다는 거죠. 학생들도 이렇게 생각할진대 교사들 사이에서는 어땠을까요.

  교총과 교사 지망생들이 주장하는 것은 비정규직 교사의 처우를 정규직 교사 처우에 준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교육공무직법을 왜곡한 겁니다. 법안에서는 교육공무직원을 정의하고 있는데 교원 또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으로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에서 상시, 지속적으로 업무에 종사하는 자라고 명시했습니다. 즉 기존 정규직 교사와 구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구나 교육공무직원을 무기계약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도 들어있습니다. 정규직 교사 자리에 일시적으로 결원이 생겨 채용할 경우, 2년 이내 한시적 사업에 채용할 경우, 이미 정년이 초과된 교육공무직원을 채용할 경우 무기계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를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교총과 교사 지망생들은 왜 이 법안을 반대할까요. 안타깝게도 기득권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단적으로 기간제 교사 빨리빨리 정리하지 못하게 되면 하나라도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일단 자리가 나야 정규직 교사도 들어올 수 있을 테니까요.

  유은혜 의원 이외에 문제의 교육공무직법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누구일까요. 김현미(현 국토부장관 ) 의원, 도종환(현 문체부 장관) 의원, 손혜원 의원, 우원식(전 원내대표) 의원, 전재수 의원, 김경수 의원, 안민석 의원, 홍익표 의원, 김해영 의원, 이해찬 의원, 노회찬 의원, 홍영표(현 원내대표) 의원 등 75명이 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 이언주 의원도 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이언주 의원은 법안을 문제 삼지 않겠군요.) 왜 보수진영은 다른 발의자들에게는 비판하지 않을까요. 아마 정밀타격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겠죠. 공격범위는 문재인 대통령과 유은혜 후보자에게로 한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세력 입장에서 유 후보자 청문회 통과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얇고 길게 흠집을 내는 것으로 족하다는 거겠죠.

  전여옥씨의 주장대로 과연 교육공무직법이 을과 을의 문제일까요. 아니죠. ‘포용이냐 배제냐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성장과 동치시키는 태도와 유사합니다. 법안의 목표는 비정규직 교사가 정규직 교사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을과 을의 갈등을 바라는 건 오히려 전여옥씨의 페이스북 글입니다.

 

(관련기사)

빗자루로 교사 폭행기간제 교사의 '설움'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343331

 

(관련자료)

전여옥씨 페이스북 글 https://www.facebook.com/mymyday21/posts/483158042152699

유은혜 의원 교육공무직법 철회 입장문 https://blog.naver.com/way2yoo/220888136395


2003899_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_의안원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