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서 ‘단독’을 달고 있는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목은 “체류허가된 제주 예멘인 96% “서울, 부산 가겠다””. 제목에서 두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네요. 하나는 논란이 됐던 예멘 사람들이 체류 허가를 받았다. 다른 하나는 그 사람들이 거의 다 대도시로 몰려 올 것이라는 겁니다. 클릭해봤습니다.
제목부터 바뀝니다. ‘체류허가’라는 표현은 ‘인도적 체류허가’라는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96%라는 수치 뒤에는 (22명)이라는 수치가 추가됐습니다. 기사의 리드(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14일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 23명 가운데, 22명이 서울, 부산 등 육지행을 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사에 자초지종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예멘 난민 신청자는 총 491명인데 이 가운데 10명이 출국했거나 철회했고, 나머지 481명 중 440명이 면접을 마쳤다고 합니다. 이 중 영·유아 동반 가족, 임산부, 미성년자, 부상자 등 23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았는데 이 중 한 명을 제외한 22명이 대도시로 이동을 희망했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예멘 사람들이 내륙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예멘인들에 대해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면서도 “예멘의 심각한 내전 상황, 제3국(한국)에서의 불안정한 체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인도적 체류 허가를 결정했다”’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의 말을 전한 뒤 “예멘인 23명은 지금 당장이라도 비행기나 배를 타고 (국내)육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전합니다. 조선일보는 걱정이 많이 됐나봅니다.
이 내용을 다른 방향의 기사로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리드를 이렇게 쓰면 어떨까요.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제주 예멘 난민 심사 대상자 440명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뒤 이어 “다만 영·유아 동반 가족, 임산부, 미성년자, 부상자 등 23명에 대해서는 인도적 체류허가가 내려졌다.” 사실 난민 심사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심사에 대한 결과를 이렇게 기사로 쓸 이유는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단독’ 타이틀을 달고 기사를 낸 것은 예멘 사람들이 내륙으로 이동한다는 위기감이 발동했던 것이겠죠. 또 제목에서 96%를 강조했던 것도 부자연스럽습니다. ‘96%’라는 표현과 ‘난민 인정 0명, 인도적 체류허가 23명’이라는 표현은 온도차이가 크죠. 조선일보, 솔직해집시다. 그냥 직접적으로 말하세요. 조선일보는 예멘 난민을 반대한다고.
(관련기사)
[단독] '인도적 체류허가' 제주 예멘인 96%(22명) "대도시로 가겠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4/20180914022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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