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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뭐래] 원전인력 1만명 자리 잃는다고?



  조선일보가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원전 산업 인력 1만 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원전을 늘리는 계획을 세우면서 3년 사이 9.8% 인력이 증가했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일자리가 줄 것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했습니다. 근거는 정부가 발주한 보고서였습니다. 재미있죠?

  조선일보가 원전 산업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한 주장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앞으로 해외 원전 수주 성적이 없거나 미흡할 경우이죠. 여기에 대해 SBS가 보다 폭넓게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일자리 규모 변화를 예측했습니다. 시나리오1은 원전 수출이 없을 경우 올해 39000여 명에서 203026700여 명으로 인력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시나리오2는 사우디 원전 2, 소형원자로 2기를 수주할 경우 2030년 인력수요가 27100명으로 준다고 예측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주목한 부분은 원전 수주가 저조한 시나리오1과 시나리오2입니다. 그런데 시나리오3과 시나리오4에서는 다른 전망이 도출됐습니다. 사우디 원전 수주에 더해 영국 원전 2기를 수주하는 것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3에서는 인력수요가 202243700여 명으로 증가했다가 20302980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우디, 영국 원전을 수주하고 체코와 폴란드에서 각각 2기씩 원전을 추가로 수주할 경우를 예상한 시나리오4에서는 인력수요가 202646300명으로 늘어나고 2030년엔 올해와 비슷한 39000여 명으로 줄어듭니다.

  주목할 것은 정부의 탈원전정책 영향 없이 현재 수준의 고용이 지속되더라도 2030년에 인력수요는 현재보다 9000여 명 줄어든 3만 여명으로 감소한다는 겁니다. 조선일보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탈원전정책으로 줄어드는 일자리는 12300여 명이 아닌 최대 3300여 명입니다. 정부가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안했을 경우에나 그렇다는 겁니다. 한편 조선일보의 비관적 전망은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원전 수주 성적이 아주 저조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정부는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해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인데 그래도 원전 수주가 어렵게 될 거라고 예단한다면 기업들의 실력을 아주 낮게 보고 있는 거겠죠.

  해당 보고서에는 국내 원전업체 42개사를 설문조사한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원전 사업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한 업체가 시공분야 27%, 보조기기 33%, 예비품 17%, 정비 서비스 25% 뿐이었다면서 산업 자체가 급격하게 붕괴될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SBS 보도에서는 조선일보가 언급하지 않은 내용을 알려줍니다. 같은 조사에서 원전산업에서 이탈하겠다는 응답은 설계분야에서 9%가 나왔을 뿐이고 나머지 분야에서는 0%였다는 겁니다. 당장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응답은 극히 소수였다는 겁니다. 당연하겠죠. 원전 수요 저조가 국제적 추세라면, 국내적으로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이미지가 나빠졌다면 사업 방향 조정을 고려는 해볼 수 있는 겁니다. 정부 정책과 시대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기업들의 본능적인 태도니까요.

  또 조선일보가 애써 무시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정부가 이 보고서를 발주한 이유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보고서를 발주하면서 과업내용서에 발주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원전주변지역 주민들의 소득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원전지역 지원사업 개편 필요입니다. 다시 말하면 원전 주변지역에 단순히 금전적 보상만 해줄 것이 아니라 원전과 연계해서 지역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찾자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 추진에 따른 원전분야 중소, 중견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정부 지원방안 필요입니다. 이건 쉽게 설명하면 탈원전 패러다임에 맞춰 기존 원전산업 업체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원전해체 시장이나 방폐장 시장을 들 수 있습니다. 향후 전 세계적으로 수명이 다한 원전의 해체, 유지, 보수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또한 원전이 가동된 만큼 거기에서 발생할 핵폐기물을 수십만년 동안 보관, 관리할 기술이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내 핵발전 산업 인력들의 뛰어난 능력을 이런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겁니다. 조선일보가 원전 산업 인력수요 축소 전망과는 반대로 시각만 바꾸면 새로운 시장에서 국내 기술력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관련기사)

조선일보 "原電인력 1만명이 일자리 잃는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1/2018090100181.html

SBS "원전 인력, 수출 없으면 203012천 명↓…8기 수주 시 유지"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916024

 

(관련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과업내용서’ - 하단 첨부파일 참고

과업내용서.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