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지역 촛불혁명 1주년 행사는 둘로 나뉘어 진행됐다. 당시 두 군데 행사를 모두 방문했다. 영 어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하나로 합쳐 부정한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했던 시민들의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광화문 한 곳으로 통일하자는 사람들은 불순하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고 여의도로 가는 게 맞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도 아니었다. 광화문은 광화문대로 여의도는 여의도대로 위축됐다.
여의도에서 모여야 한다는 주장의 요지는 ‘지금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가 문제인 만큼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에서 모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은 광화문집회 주최측에서 청와대 주변 행진을 (재현이 아닌)재연하겠다는 계획이 공개된 이후 터져 나왔다. 한마디로 ‘청와대로 행진하는 저의가 무엇이냐’는 반발이었다. 사실 당시를 회상하면 야당들이 대선 패배를 추스르며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지방선거 준비를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일부 단체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캠페인을 하긴 했지만 이것은 촛불혁명 당시 나왔던 여러 주장의 스펙트럼에 비춰봤을 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규모였다. 한편으로 시민들에게는 지난해 촛불혁명의 성공을 반추할 자격이 있었다. 촛불혁명 전까지 집회 시위는 광화문 광장 안에 가둬졌다. 광화문 삼거리가 열리고 청와대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은 국민 다수의 명료한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행진에 대한 원초적 거부감으로 인해 그 길을 다시 걸으며 촛불혁명의 성취와 그 후 1년을 회상할 기회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런 완강한 거부감이 대통령에 대한 보호본능이라고, 선의로 해석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분열의 씨앗은 그 당시 이미 뿌려졌던 것 같다.
다름을 틀림이라고 규정한 사람 중에 한 언론인이 있었다. 처음 청와대 방향 행진 계획이 발표됐을 때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번 광화문에서 예상되는 피켓이 보이잖아요. ‘미군 철수하라’, ‘트럼프 방한 반대’, ‘한상균 석방하라’, ‘문재인은 촛불의 경고를 들어라’ 저 X끼들은 문재인 대통령 안 찍은 애들이거든요. 정의당이라든지 민중연합당 김선동이라든지 그런 쪽 찍었을 거란 말이에요. 그리고 당장 민주노총 헛소리들 하고 있던데 민주노총도 대선국면에서 정의당 심상정하고 민중연합당 김선동 지지선언 했잖아요. 이 X끼들 우리 정권교체에 기여한 게 하나도 없는 X끼들이에요. 표를 그따위로 찍어놓고 지들이 마치 정권교체 한 것처럼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이거 봐주면 안 돼요.” 며칠 뒤 방송에서는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을 비하하는 발언도 내놓는다. 여성진행자가 기왕이면 여의도로 모여 세를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자 그가 말을 이어받았다. “우리가 더 크게, 재미있게 놀면 되죠. 저 광화문 분명 구려빠질텐데. 막 구호 외치고 이거 할 거 아니에요.” 전형적인 배제의 언어다.
그가 왜 이렇게 진보진영에 대해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지는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진보진영에서 자리 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 때문이다. 인터넷 경제언론사를 거쳤고 그 때마다 광고주 눈치보며 생활을 영위해온 것을 그도 알고 다른 사람도 알잖나. 그리하여 그는 하나의 테마를 설정한다. ‘문재인에게 해가 될 사람이 있다’ 이런 명제를 밑자락에 깔면 누구든 비판, 비난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설령 근거나 설득력이 부족해도 공포심만 자극할 수 있다면 그것대로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실재하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였다. 박근혜씨와 친박 정치인들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이 뒤섞인 트윗글들이 게시판에 종종 올라왔다. 평범한 언론인이라면 쉽게 입밖으로 꺼내기 힘든 수준의 언어였다. 직선적이면서 단순하고 감정적인, 말 그대로 장삼이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날 것을 벗어나지 못한 언어였다. 그러더니 대선을 한달 정도 남기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다. 대선 이후 친노, 친문 성향 언론을 자임하며 민주당 정치인이나 참여정부와 연이 있었던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혀 나갔다. 이때까지 그의 비판은 보수진영과 그가 명명한 ‘수구좌파’, 예를 들면 노동계, 시민단체, 진보언론 등에 한정됐다. 그러다가 올해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즈음부터 민주당 안에도 문제적 인사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조금씩 흘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전해철 의원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메이트였던 이재명 당시 시장을 들 수 있다. 이재명 리스크가 실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역설적으로 이재명의 존재를 부각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민주당 주요 후보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계기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지방선거 전후로 그는 정제되지 않은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개인 SNS 공간이라는 전제를 두기는 했지만 민주당 주요 인사나 진보진영 언론인 실명을 거론하며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전당대회를 며칠 앞둔 지금까지 그는 이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언론의 존재 이유를 모르거나 모른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사회 구성원들을 위해 존재한다. 정보 제공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언론의 기능이다. 허나 그의 언론관은 사뭇 다른 것 같다. 그에게 언론은 다름을 드러내는 도구인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대입시키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이 이상이라 설파한다. 그에게 사회구성원은 자신의 이상에 동조해야 할 수동적 존재일 뿐이다.
그가 꿈꾸는 친정부 언론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처럼 조금의 다름도 틀림으로 치부하고 적으로 돌린다면 결국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극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그 시기가 오기까지 진영 내부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적당한 먹잇감이 등장할 때마다 그를 미끼 삼아 자신의 지지세를 확장하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통령 지지층 안에서 그 누구 못지않은 최상급 친노, 친문으로 포지셔닝해야 하니까. 그래야 영향력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 방법 밖에 없을 테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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