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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뺄셈정치

뺄셈의 정치를 거부한다+(8) 민주당 전당대회, 뺄셈을 빼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이달 25일 열린다. 지난달 26일 송영길, 김진표, 이해찬 후보(기호순)로 최종 후보가 좁혀지며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가 시작됐다. 모든 전당대회가 중요하겠지만 총선 승리와 재집권을 노리는 민주당에게 이번 전당대회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첫 당 지도부 구성이면서 동시에 이 지도부가 다음 총선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총선 성적이 그 이듬해의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칠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번 총선을 잘 치러야 총선과 대선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는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버금갈 정도로 어떻게 전당대회를 치르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당권 레이스 초반부터 뺄셈의 정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31일 세계일보의 기사제목에서도 이런 기류가 나타난다. “"당에 큰 부담" vs "당대표와 무관"'이재명 선거' 돼가는 민주당 전대이재명 경기지사의 탈당 여부가 전당대회의 주요 아젠다로 세팅된 것이다. 이런 기사가 탄생한 것은 전적으로 김진표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 김 후보는 컷오프를 통과한 지 사흘 뒤인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재명 지사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 후보는 우리 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고 당 지지율 하락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근거 없는 비난이라면 본인이 명백히 밝히고 그렇지 않다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괴로운 일이지만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직전 이재명을 찍느니 남경필을 찍는 게 낫다고 한 자들과 같은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신경전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누구든 한 사람만이 당대표로 선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전략은 승리를 이끌지 못할 뿐 아니라 당에 큰 상처만 남기기도 한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의 공방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당시 열세였던 박 후보는 계파갈등을 노골적으로 증폭시켰다. 전당대회 직전 한 방송사 후보 토론회에서 박 후보는 이런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는 신당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분열해서 자꾸 패배를 하는 겁니다. 이번 당대표 경선에 나오려고 하니까 비노 측에서 절대 친노 믿지마라. 저 사람들은 별짓 다 한다.’ 그러면서 신당 창당하자고 하는 거예요. 그러나 저는 거부하고. ‘분열해서 패배의 길로 갈 것이 아니라 통합, 단결해서 승리의 길로 가는 것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이다라고 했는데 노무현 정신을 이어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자꾸 이런 계파주의로 가기 때문에 국민이 우리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전당대회가 끝나고 그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지원 의원 등 호남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과 안철수 측근 의원 등이 대거 탈당하며 큰 위기를 맞게 된다. 혹자는 당시 갈등이 당을 단합하게 했고 총선 승리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의 승리 요인은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위기감이 표 결집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김 후보는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지지자들이 하루에도 몇 십 통씩 왜 이재명 지사에 대해 발언하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반문하고 싶다. 과연 다른 의원들은 이런 메시지를 받지 않았을까. 아마 소통에 능한 대부분 의원들은 김진표 후보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언급하지 않았을까. 언급하지 않는 것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조폭과 이 지사 사이에 불순한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고발이 취해진 만큼 검찰 조사와 수사가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며, 더구나 이 지사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당을 언급한 것은 당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서영교 의원 사례를 언급했다. 서 의원은 본인이 억울하면서도 선당후사 정신을 발휘했다고 말하며 자진탈당이 맞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 사례와 서영교 의원 사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당시 서영교 의원은 딸을 본인 의원실 인턴으로 채용해 논란이 일어 자진탈당한 것이었다. 분명한 사실관계가 있었고 본인도 도의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후보가 이재명 지사 탈당을 언급한 것은 정략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 볼 수밖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 당원, 지지자들 중 이재명 지사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이해된다. 이것을 상대적 약자의 몸부림으로 이해해주어야 할 것인가. 김 후보가 이 지사의 자진 탈당을 언급한다고 해서 그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마당에 이재명 본인도, 당도 나서지 않을 것이다. 결국 상황을 바꾸지도 못하고 당에 갈등의 씨앗만 심는 결과만 남게 된다. 또 김 후보 스스로도 정치인 김진표가 당의 귀중한 자산이 아닐지 모른다는 의구심의 씨앗을 지지자들에게 심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뺄셈의 정치는 결국 본인의 자산도 갉아먹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