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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익명보도와 그 문제점

익명보도와 그 문제점

 

  신문이나 방송에서 익명 취재원을 통해 얻은 정보를 보도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을 보도하며 익명의 동양그룹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는 것도 하나의 익명보도의 예라 할 수 있다.

 

[동양증권 직원 : 정상적인 계약에서 자세하게 설명을 안 한 것은 인정을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불완전판매라고 해요. (인정하는 거예요?) 네.]

[동양증권 관계자 : '(이혜경 부회장이) 가방을 들고 왔다'라는 거예요. 대여금고에 와서 무엇인가를 갖고 갔다….]

[동양네트웍스 직원 : 쭉 보면 임원들에 대해서는 학력이 대부분 다 아는 정도의 스펙이 나오는데 유일하게 고졸에 대학교 중퇴인 사람이….]

[전 동양그룹 임원 : 그룹 내부에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예요. 저도 근무하면서 얼굴 두 번 정도 밖에 못 봤어요.]

[동양네트웍스 직원 : 첫 번째로 한 게 뭐냐면 회계 부분을 합병시켜 버렸어요. 그래서 재무 건전성이 굉장히 안 좋아졌죠.]

[동양그룹 임원 : 학벌은 안 좋은데 나름대로 천재 끼가 있어요. 부회장님은 그런 마인드를 갖고 회사를 끌고 나가려고 하신 건데….]

 

  이러한 익명보도의 문제점은 신문사나 방송사가 스스로 언론으로서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발언에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목적을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여론조작, 상대방의 의중 파악, 비난성 역정보의 유출 또는 외교공작 수단으로 익명보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각주:1]

  익명보도가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주장이 있다. 취재원으로부터 취재를 할 떼에 보통 ①on the record ②not for attribution(익명보도) ③background briefing(배경설명보도) ④off the record ⑤on deep background(심층배경설명보도)의 다섯 가지 방식을 취하게 되는데 익명보도는 ②, ③, ⑤가 해당된다.[각주:2] 이중 백그라운드 브리핑은 정부나 정당의 대표성을 띠는 의견을 소개할 때 이용된다. 대표성을 강하게 유지하고자 할 때 개인의 발언으로 소개하기보다 소속 집단의 의견인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앞서 소개한 동양그룹의 사태와 같이 내부 고발자의 보호를 위해서 익명보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공익을 위한 제보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제한된 취재 환경에서 취재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에 익명의 취재원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고위 정치인, 공직자의 발언을 이용할 때 이런 방법이 자주 사용된다. 고위 인사와 인터뷰하던 중 얻게 된 정보를 기사화 하려고 할 때, 실명을 이용하려면 취재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십중팔구는 여러 이유를 들며 거부한다는 것이다.[각주:3]

  익명보도가 필요하다는 여러 입장에도 불구하고 익명보도에 집요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언론사가 있다. 바로 뉴욕타임즈이다. 뉴욕타임즈는 제이슨 블레어 사건 이후 “익명보도는 우리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주범”이라고 천명하며 익명 취재원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다음 세 조건을 충족할 때 기사에 미확인 취재원을 쓸 수 있다고 규정한다.[각주:4]

 

1. 믿을 만하고 뉴스 가치가 있는 정보를 실명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으며,

2. 그런 정보는 보도를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고 시급해야 하며,

3. 그 정보를 다른 방법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을 때.

 

  여기에 더해 익명 취재원 이용을 줄이기 위한 실행 준칙을 제시한다. 기자는 취재원이 자신의 의견을 기사화하기 원할수록 더 적극적으로 실명 사용을 요구해야 하고, 에디터는 실명을 통한 정보를 얻도록 기자를 다그쳐야 하며, 익명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취재원을 더 완전하게 묘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각주:5] 또한 익명 취재원을 이용할 경우 에디터, 부서장, 편집인, 편집장에게 익명 취재원에 대한 신원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입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취재 환경의 특성상 익명 보도를 완전히 제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뉴욕타임즈의 노력에서 우리 언론이 배워야 할 점은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에서 기사들이 보도되기까지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데스크에 이르기까지 익명 보도의 문제점 인식하고 익명 보도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1. 이광재, “취재원 익명보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저널리즘 비평』(한국언론학회, 1995), 제 17권, p.6 [본문으로]
  2. 이광재, 앞의 논문, p.5 [본문으로]
  3. 신창호, “익명(관계자) 보도 필요성과 문제점”, 『관훈저널』(관훈클럽, 2013), pp.94~98 [본문으로]
  4. 박재영, “익명보도 탈피 뉴욕타임스에서 배우자”, 『관훈저널』(관훈클럽, 2013), p.103 [본문으로]
  5. 박재영, 앞의 논문, p.10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