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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허위보도의 작동과 제어

허위보도의 작동과 제어

 

 

  혼란의 시기에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1945년 혼란스러웠던 한국에서 동아일보가 보도를 통해 정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이 한 예이다. 1940년 일제에 의해 폐간되었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해방 직후 미군정의 도움을 받아 복간을 추진한다. 당시 친일 청산에 대한 사회적 요구 때문에 일제에 협조했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진보적 신문과 함께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군정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1945년 12월 27일 동아일보는 모스크바 3상 회의의 결과에 대해 보도하며 ‘반탁-반공-반소’라는 연결고리를 설정하고 이념 투쟁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동아일보 보도의 문제는 모스크바 3상 회의의 본질에 대한 왜곡이다. 미국이 제의한 신탁통치안을 소련이 제의한 것이라고 왜곡한 것이다.[각주:1] 당시 동아일보의 소유주는 한민당(한국민주당)의 핵심인사인 김성수, 송진우였다. 그리고 한민당에는 일제에 부역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던 중이었다. 당시에 등장한 강대국들의 역할론은 동아일보와 한민당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해방이후 자주적 정부설립과 친일 청산의 기류를 잠재우는 데 좌우 이념대립이라는 의제 상정은 주효했다. 당시 세계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미국과 소련은 서로를 견제했고 한국의 앞날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동아일보가 보도 했던 것과는 달리 당시 모스크바 3상 회의의 결정 내용은 소련이 주장이 반영된 조선의 임시정부 구성과 지원이 골자였다.

  해방 후 68년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언론을 통한 여론조작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뉴스타파는 MBC <뉴스데스크>의 채동욱 검찰청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의 필요성을 묻는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각주:2] MBC의 여론조사 결과는 채 총장이 감찰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67%, 필요 없다는 의견이 25%로 시민들이 감찰을 정당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반면 JTBC <뉴스9>의 여론조사에서 채 총장의 사퇴에 정치적 외압이 있었냐는 질문에 46.3%의 사람들은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고 응답했고 31.1%는 없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한겨레는 국민의 50%가 채 총장의 혼외자녀보도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응답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뉴스타파는 MBC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사태에 대한 일부분만을 부각시킴으로써 여론을 호도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혹을 받는 것에는 그동안 <뉴스데스크>가 최근 몇 년간 보여준 보도 행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12년 7월 27일 <뉴스데스크>는 ‘MBC-구글 올림픽 SNS 현장중계’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런던과 서울 주요 지역의 응원 모습을 ‘실시간 쌍방 중계’로 전달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뉴스데스크>가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이라며 연결한 곳은 MBC 여의도 사옥 6층 뉴미디어뉴스국 사무실이었고 화면에 등장한 직원들은 뉴미디어국 소속 계약직 직원이었음이 드러났다.[각주:3] 제작진의 조작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은 사전에 녹화된 영상을 방송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충분히 보도 내용을 수정, 보완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3년 6월 3일 <뉴스데스크>에서는 현직의원들의 겸직 사례를 보도하며 문재인의원이 법을 어기고 겸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달랐다. 문재인 의원은 2012년 6월에 부산지방변호사회에 휴업증명원을 제출한 상태로 세비 이외에는 급여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었다.[각주:4] 리포트를 준비하며 당사자인 문재인 의원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았다면 이런 불필요한 방송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데스크>의 올림픽 조작 보도에는 ‘주의’ 조치하였고 문재인 의원 겸직 보도에 대해서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 조치하였다. 이러한 조치에도 보도에서 문제가 계속 지적되는 상황은 기구의 역할과 실질적 영향력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또한 문제의 리포트가 보도되고 있는 현실은 보도국 내부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하고 지속적으로 주장되고 있는 게이트 키핑의 붕괴 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지상파 보도 기능에 대한 문제의식은 몇 년간 지속적으로 커왔고 시민들은 대안언론으로 하여금 보도의 균형을 맞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타파’, ‘이슈를 털어주는 남자’, ‘고발뉴스’ 등 대안언론의 성장과 손석희 앵커와 종편의 만남에 기대를 갖는 대중의 심리는 지상파 보도에 신뢰도와 영향력이 떨어졌음을 증명한다.

 

  1. 김동민, “동아일보의 신탁통치 왜곡보도 연구”(한국언론정보학보, 2010), 통권52호, p.144 [본문으로]
  2. “여론조사? 여론조작?”, 뉴스타파, 2013년 9월 24일 보도 [본문으로]
  3. “앵커도 ‘멘붕’… 뉴스 조작 MBC, 해명도 ‘멘붕’”, 미디어오늘, 2012년 9월 5일 보도 [본문으로]
  4. “문재인 변호사 겸직 ‘대형오보’ MBC 중징계”, 미디어오늘, 2013년 7월 11일 보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