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조선일보 사장 손녀, 운전기사 ‘폭언’ 녹취록 공개’ 단독 기사를 냈습니다. 미디어오늘의 데스크는 편집자 주를 통해 오너일가의 갑질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취지로 기사를 냈다고 밝혔죠. 그런데 기사의 방향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측이 ‘공인도 아닌 미성년자 아이의 부모가 원하지도 않는데도 목소리를 공개해 괴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문제제기한 것도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방 대표 딸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준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먼저 방씨의 딸이 운전기사 김씨에게 했던 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오늘은 엄마한테 진짜 얘기를 해야겠어, 얘기해서 아저씨 잘릴 수도 있게 만들 거야”
“아저씨는 해고야. 진짜 미쳤나봐”
“내가 좋게 얘기하고 있잖아 지금. 나밖에 아저씨한테 이렇게 얘기해주는 사람 없어”
“싫다고 했지 내가. 내가 왜 앉아야 돼. 내 차야. 아저씨 차 아냐”
“아저씨는 장애인이야. 팔, 다리, 얼굴, 귀, 입, 특히 입하고 귀가 없는 장애인이라고. 미친 사람이야”
“나 아저씨 보기 싫어 진짜로. 아저씨 죽었으면 좋겠어. 그게 내 소원이야”
“아저씨 부모님이 아저씨를 잘못 가르쳤다. 어? 네 부모님이 네 모든 식구들이 널 잘못 가르쳤네”
초등학생이 50대 성인에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라고 믿기 어려운 내용들입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음성변조가 되어 있습니다. 이 음성의 주인공이 초등학생이라고 밝히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흔하게 등장하는 대기업 사모님의 갑질 음성으로 예단했을 겁니다. 방씨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은 이미 문제의 핵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잘못 가르쳤다. 네 모든 식구들이 널 잘못 가르쳤네’.
보통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은 준거집단 내에서 자신이 의지하는 사람을 롤모델로 삼고 그들의 행동을 모방합니다. 한때는 대한민국에서 여론을 주도했던 언론사 대표, 그리고 그의 부인은 한 어린이의 아버지, 어머니입니다. 그 딸의 모습을 통해 tv조선의 대표, 대표 사모님의 평소 모습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과도한 일일까요. 혹시 아버지나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해고야! 진짜 미쳤나봐’라고 말하는 걸 그 딸이 들은 것은 아닐까요. 부모 중 누군가가 ‘당신은 장애인이야. 팔, 다리, 얼굴, 귀, 입, 특히 입하고 귀가 없는 장애인이라고. 미친 사람이야’라고 하는 자리에 그 딸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방씨 측의 항변대로 딸은 괴물이 아닐 겁니다. 다만 그 괴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모방했을 따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차라리 합리적이지 않을지.
(관련기사)
미디어오늘 - [단독] 조선일보 사장 손녀, 운전기사 ‘폭언’ 녹취록 공개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5584
데일리안 - 조선일보 손녀 측 법적 대응… "부모의 동의 없이 육성 공개하고 괴물로 몰아가기한다“
http://www.dailian.co.kr/news/view/75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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