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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조선일보, '김의겸 나대지 말라'?



<조선일보>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의 입' 넘어 '공격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5/2018080500180.html

 

'김의겸 대변인 당신 말 하지 말고 대통령 말이나 잘 옮기시오'

 

  이 기사를 보면 최소한 청와대 대변인과 조선일보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조선일보 기자로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악문이 몇 개 보일 정도로 감정이 듬뿍 실린 기사니까요) 역대 정부에서 언론사와 청와대 대변인실의 관계는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를 기사화하는 공생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그런 구조에 변화가 생긴 건 아닌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 서거 당시 1면에 청룡기 고교야구 우승 세레모니 사진을 같이 배치해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잠시 이견이 표출됐다고 하죠. 조선일보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는 굳이 오늘 기쁨을 만끽하는 사진을 1면에 써야 했는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고 합니다.(“조선일보 안에서도 노회찬 기사 옆 기쁨 만끽사진 논쟁”, 미디어오늘 725) 이런 비판을 재비판하는 글도 올라왔다고 하는데요. 이 반박글의 취지는 과거 조선일보 기자여서 그나마 인간취급 받고 사람들이 고개 숙이고 밥 얻어먹고 다녔는데 조선일보가 공격받는 시기, 기자들 사기도 땅에 떨어졌으니 분열 조장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반박문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과거의 영광을 지금은 누리지 못한다는 인식입니다. 소위 조중동의 부장 정도 되면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죠. 일선 기자들도 이런 상황을 잘 인식하고 행동했겠죠. 처음 소개한 기사를 읽다보면 이런 기류가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네 맞습니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당시 댓글 때문에 기사 쓰기 힘들다고 했던 박정엽 기자입니다. 기사 내용과 기자 이름을 놓고 보면 웃어넘길 수 있는 사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부에 대한 조선일보는 적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청와대 출입기자와 가장 가깝고 접촉면이 넓은 것은 역시 대변인실이겠죠. 정보의 통로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메시지가 아니라 화자를 공격하는 것은 개별 사안에 대한 통찰이 아니라 청와대 전체에 대한 거부감, 적대심이 은연중에 표출된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