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여의도한강공원에 설치된 영화 <괴물>의 ‘괴물’ 조형물이 공개됐다.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조형물 설치는 ‘한강 이야기만들기 사업’ 시리즈 중 하나로 문화 콘텐츠를 서울시의 지역 요소와 연계해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조형물의 설치는 스토리텔링과 별로 관계가 없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국내 관객 1300만 명 이상을 모으며 호평을 받았다. 봉준호하면 ‘디테일’이 떠오르듯이 영화에도 관객을 기분 좋게 만드는 특유의 집요함이 묻어있다. 봉준호 감독이 이 조형물 설치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형물은 아래 그림과 같이 실제 영화가 촬영됐던 곳에 위치해있다. 영화에 나온 괴물의 실제 크기와 같은 1:1 비율로 제작되었고 완성도를 위해 신경을 쓴 부분도 보인다.(투입 대비 결과물 산출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말자) 그런데 외로워 보인다. 그냥 괴물 조형물이 여의도한강공원 가운데에 놓여있다.
개인적으로 <괴물>을 재미있게 봤지만 괴물의 생김새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빨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눈은 두 개였는지 네 개였는지 구체적 특징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매끈하고 커다란, 그리고 조금은 불쾌하기도 한 생물체가 스릴있게 스크린 속 한강공원을 뛰어다니던 상황만이 기억에 남았다. 오히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뇌리에는 이런 장면들이 남아있지 않을까.
결국 한강공원에 실제로 존재하게 된 괴물의 이질감은 ‘한강 이야기만들기 사업’의 스토리텔링 부재라는 역설로부터 기인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괴물’은 극적인 상황설정에 필요조건으로 등장하지만 스토리를 끌고 가며 관객에게 영화의 장면을 각인시키는 것은 배우들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괴물은 사실상 조연 이상의 역할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자면 ‘괴물’은 타이타닉의 ‘타이타닉’, 배트맨의 ‘고담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강공원에 홀로 남겨진 괴물은 생뚱맞다는 느낌만을 주게 된다. 결국 괴물 조형물만으로는 영화의 주요장면을 떠올릴만한 고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설마 영화의 제목이 ‘괴물’이라서 괴물 조형물을 설치한 것일까. 이제 와서 설치를 무를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보완이 절실해 보인다. 극장 관객이 1300만이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영화를 안다는 말이 된다. 시민들이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추가적 상황 조성이 필요하다. 결정적 장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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