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잡념

정의당의 소통 실패보다 뼈아픈 구차한 후속조치

 

 

 

  정의당이 고난의 시간을 걷고 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기에 더 아플 것이다. 문제는 일상적인 논평에서부터 시작됐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 명의로 낸 논평은 성우 김자연 씨의 메갈리아 티셔츠 논란으로 촉발된 넥슨의 조치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넥슨 게임에 성우로 참여한 김 씨가 SNS에 메갈리아 티셔츠 구매를 인증하고 게임팬들이 이를 문제 삼자 넥슨 측에서 김 씨를 하차시켰다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직업 선택에 제한이 가해지면 안 된다는 취지의 지극히 평범한 논평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문단의 사족이 전체 맥락을 뒤집어 버렸다. 김 씨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내린 부분이 불필요한 사족이었다. 정치적 성향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정치적 행동의 잘잘못을 따짐으로써 주제를 혼동하게 한 것이다. 글을 읽는 사람은 옳지 않은 정치적 행동은 직업 선택에서 제한을 받아도 된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혼란은 정의당이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정의당 문예위가 해명을 내놓는다. 여기에선 먼저 김 씨 두둔으로부터 본문이 시작된다. 김 씨는 메갈리아에 대해 잘 몰랐던,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의 노동 결과물이 메갈리아와 관계가 없는 만큼 그의 노동이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해당 논평이 논쟁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메갈리아를 옹호하는지에 대한 입장 표명은 무가치하다고 일축한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으므로논평은 철회하지 않을 것이며 사과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것을 오해를 풀기 위한 해명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단지 논평을 길게 풀어놓은 해설서일 뿐이지 않나.

  하루 뒤 중앙당의 입장이 발표된다. 선의로 작성된 논평이지만 당사자와 입장이 다르고,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켰으며, 발표 당시 절차상 문제도 발견됐기에 논평을 철회한다는 내용이었다. 점잖게 표현된 글이지만 꽤 강력한 질타였다고 볼 수 있다. 중앙당의 입장문을 본 문예위는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릴 것 같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지지자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권 지지자들의 반발이 컸던 것은 메갈리아에 대한 불쾌한 인식에 기인한다. ‘여자 일베(일간베스트)’라는 오명을 얻을 만큼 메갈리아의 행태는 일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당은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굳이 메갈리아에 한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정의당은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든 형태의 반인권적, 반윤리적, 차별적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입장 표명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이 소동에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논쟁 자체가 비생산적으로 이어진 것에는 당 지도부의 방관, 때늦은 조치도 한몫했다는 걸 알 것이다. 이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소통의 실패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메갈리아 등 지극히 극우적 행태를 보이는 커뮤니티에 대한 문제제기의 필요성을 느낀다. 혐오(?)에는 혐오로 대응하겠다는 기원전 함무라비법전식의 위험한 발상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런 식의 화풀이로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편익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극단적 행태와 여성운동을 뒤섞는다면 연대할 수 있는 대상은 일베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2. 논평에 대한 해명 : 문화예술위원회 부위원장 유성민입니다.

3. 중앙당의 입장 : 문화예술위원회 논평에 대한 중앙당의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