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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강양구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

 

 

 

 

안녕하세요. 강양구 기자님.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이 글을 보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거역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러니까 조국을 지켜야 검찰 개혁이 가능하다는 명제를 지상과제로 내세움으로써 모든 논의를 집어삼켰다는 주장이신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저는 강 기자님이 조국 국면이 끝날 때쯤 글을 다시 읽어보신다면 분명히 후회하고 부끄러워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 기자님의 현실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맞는 부분도 있고 맞지 않은 부분도 있다면 우리는 이것을 절대 맞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단의 여론형성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과 그것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장과 근거를 내세워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 역시 어떤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반대로 추종하는 사람은 자신의 기본 지식으로부터 동참 여부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모든 주체는 의존적이면서 독립적입니다. 우려하시는 것처럼 단기적으로 집단적 분위기에 휩쓸려 비판적 사고 없이 행동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이견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전체주의적 맹목적으로 흐른다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집단적 연대에서 이견 표명의 가능성은 어디까지 일까요. 극단적으로 광장에 모인 100만 명의 시민들이 서로 다름을 드러내고 의견을 충돌시키는 상황은 상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총론을 모으는 수준일 따름이죠. 과거에 있었던 집회, 시위에서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연대했지만 이들이 모두 같은 정치적 입장, 같은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집회에서 요구했던 메시지를 짚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조국 수호였고, 다른 하나는 검찰 개혁이었습니다. 강 기자님은 이 두 가지 메시지를 엮어 조국을 수호하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는 의미를 도출하셨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게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조국 수호는 현재 야당과 언론, 검찰의 행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거부감 표현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국 개인에 대한 연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기득권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야한다는 위기감에서 도출된 메시지였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번 조국 법무장관 임명 정국을 지나면서 검찰의 무소불위 위상을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도한 결과가 검찰 개혁이라는 메시지로 표출됐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정부의 역할과 안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각인됐듯이 이번 조국 임명 정국을 지켜보며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의 임명권, 국회의 인사검증권한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검찰의 권능과 일탈 가능성을 낱낱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기관도 견제할 수 없는 검찰이라는 조직을 바꿔야 한다는 위기감이 표현된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결과적으로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고 검찰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는 강 기자님께서 의미를 도출하셨던 방식대로 문재인 정부를 지키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 담론에서도 입장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연대하는 것이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928일 서초동 촛불집회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강 기자님께서 28일 집회 현장을 직접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다시 확인하고 놀란 것은 사안에 대한 이해 정도와 그에 대한 평가가 놀랍도록 달랐다는 점입니다. 서초동 지하철 옆 경계석에 흔히 적혀있는 것처럼 사법 관련 기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시민,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를 반추하는 시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비판하는 시민, 사상 처음으로 실패하지 않은 대통령을 보고 싶어하는 시민 등 표출하는 메시지도 층위가 다른 것들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정 선거로 당선됐다며 1인 시위를 하던 시민도 있었고 대검찰청 앞 대로 중간에 알박기를 하고 조국 사퇴’, ‘문재인 탄핵을 외치던 단체도 있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그런 받아들일 수 없는 메시지를 대하며 조롱이나 탄식을 내뱉기는 했을지언정 그들을 몰아내거나 탄압하지 않았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도 강 기자님의 상황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인식에 변화가 없습니다. 강 기자님의 문제의식은 틀리지 않았을 수 있지만, 현실의 실상과 맥락을 담기에 너무 작은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단적 분위기에 시민 개개인이 휩쓸려서 독립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결국 제한된 해결책에 골몰하고 있다는 인식에 심한 우려를 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