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는 아직 공개처형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란의 형법은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기본으로 하는데 살인, 과실치사 등을 키사스(보복)죄로 분류하고 유족 입회하에 공개처형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이란에서는 공식적으로 300건 이상의 공개처형이 집행되었고 비공개 처형까지 합하면 700여 건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란 현지 시각으로 지난 15일 이란 마잔다란주의 로얀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공개처형식이 열렸다. 사형수는 20대 남성 발랄이었다. 그는 7년 전 시비 끝에 또래였던 압둘라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날도 평소와 같이 공개처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발랄은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피해자 압둘라의 부모가 교수대로 올라갔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압둘라의 어머니는 발랄의 왼쪽 뺨을 한 대 때리며 “너를 용서한다”라고 말했고 압둘라의 아버지는 발랄의 목에서 올가미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압둘라의 어머니와 발랄의 어머니는 한동안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소식은 17일 국내 언론이 이스나(ISNA)통신의 기사를 소개하며 알려졌다. 감동적인 용서였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용서였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사회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혼란에 빠졌다. 시간은 흐르는데 사회의 흐름은 멈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집단적 무기력증과 분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많은 언론사들은 시청자, 독자 확보를 위해 감정의 과잉을 부추겼고 보도 준칙도 어겼다. 심지어 오보도 남발했다. 정부의 사고 대처에 대한 불신, 언론사들의 보도 행태, 대형사고를 눈뜨고 지켜본 허탈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기력감까지 더해 우리 사회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사고 당사자와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루머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흐르며 거짓말처럼 사그라질 것이다. 문제는 사회적 관심이 약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고에 이입된 감정이 풀릴 수 있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권선징악의 스토리가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냐는 말이다. 많은 시민들이 원하는 생존자 구출, 사고 원인의 확인과 처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해피엔딩일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타깝지만 사회적 상처는 허탈감과 불신만 남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생존자 구출을 하더라도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그대로 남을 것이고 이미 희생된 많은 시민들은 되돌아오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이 세월호에서 관심을 접는 그 순간에도 정확한 원인 확인과 해결은 말끔히 완료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불안과 흥분은 빠르게 증폭됐지만 이것에 대한 해결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감정 과잉을 불러일으킨 언론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감정적 접근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보듬어 안을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 해결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 해운사의 문제는 피해자들에 대한 감정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해운사 사장이나 선장을 처벌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이야기 했던 대로 현장 책임자 몇 명이 옷을 벗는다고 해서 사회의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화를 풀자. 우리 사회를 용서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보자. 위로의 문제와는 별개로 사고 해결에 관한 문제는 이성적으로 해결하자. 사고가 왜 나게 됐는지, 정부는 사고해결 과정에서 왜 문제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는지 확인하자.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반목, 불신, 불관용의 대상이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를 방문할 것이다.
관련기사 : 교수대에 선 살인범 기사회생…피해자 부모가 구명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6868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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